'공정성이 모든 것을 덮었다.'

한 교육계 인사가 대입 제도 논란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학생의 특기와 자발성을 어떻게 키우고 진로를 찾아가도록 도울까에 대한 고민보다 입시제도와 평가의 '공정성'이 우선한다는 뜻이다. 평가는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지만 공정성에 치우치다보니 일각에서는 학력고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놓을 정도다. 30년 이상 교육을 후퇴시키더라도 공정하면 된다는 뜻이 담겨있다. 교육과 평가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에는 '희망 사다리' 기능을 잃은 탓이 크다.

교육부가 다음 달 대학입학 제도 공정성 제고 방안을 발표한다. '조국 사태'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확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방안 마련에 나섰다.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춰 또 한번 대입 개편을 해야 하는 마당에 혼란을 가중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민단체 등은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높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학종' 공정성 강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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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부총리가 9월 26일 13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학생부종합전형을 포함한 입시제도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사진=교육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 제도 공정성 제고 방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 비교과 영역 폐지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지난 달 교육부 신뢰회복추진단 회의 후 “학생부종합전형은 지난 10여년 동안 부모 경제력과 정보력에 따라서 자녀 스펙이 만들어진다는 사회적 불신이 대단히 컸다”고 진단했다.

자율활동·동아리·봉사활동·진로활동(자동봉진)으로 대표되는 비교과 영역은 교과에 한정됐던 평가 한계성을 극복하고 학생 성장과정을 다각도로 보여주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취지와 달리 이른바 '고스펙' 경쟁을 낳고, 또 이것이 대입 평가에 활용되면서 희망 사다리를 없애는 역할을 했다.

비교과 영역이 폐지된다면 학생부 종합전형의 취지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생부 교과 전형과 달라질 것이 없다는 진단도 있다. 학생부 교과 전형은 내신 성적을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대입전형이 내신으로만 평가된다면 내신 성적을 두고 무한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비교과 영역을 폐지한다고 해도 교과별 세부능력과 특기사항으로 학생부 종합전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과목별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500자씩 기록하면 3학년 1학기까지 원고지로 110장 분량이 나온다는 것이다. 매 학기마다 담임교사가 작성하는 종합특성란도 참고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면접 위주 평가, 즉 구술고사가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교육부는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구술고사 최소화를 유도하고 있다. 그동안 구술고사는 교육과정을 벗어난 질문을 내는 사례가 많았고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뢰할 수 있는 제도 안착이 우선

교육부가 공정성을 높이는 제도를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어떤 제도가 나온다고 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대학이 학교의 평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시에서 학생부 중요성은 더욱 커졌는데 대학은 물론 학생들도 학생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등학교 역시 대학을 신뢰하지 않는다. 매 정권마다 제도가 바뀌면서 전문성을 키우기 힘든 탓이 크다.

제도가 바뀌면 교사들이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업무는 그대로이면서 새로운 평가제도로 부담만 주기 일쑤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부도 학생들이 쓴다는 논란이 일어난 데는 교사가 감당하기 힘든 업무량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입시만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교육에 밀릴 수밖에 없다.

입학사정관제도는 2008학년도부터 도입됐다. 10년이 넘어 그나마 전문성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교사는 “학생이 어떤 점이 뛰어난지 정확하게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CCTV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쏙쏙 뽑아가서 놀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나와도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입시 제도와 평가 취지가 부딪히기 때문이다. 대학 서열화가 존재하고, 대학은 우수학생을 선점하려고 과열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신뢰가 없는 '공정한 제도'는 허울 좋은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고교학점제 도입과 학령인구 감소

조국 사태와 관계없이 이미 대입 제도 개편은 예고됐다. 고교 체제 개편에 따라서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평가 방법이 달라지고 대입도 바뀔 수밖에 없다. 2025년 전면 도입에 따라 2028학년도부터는 고교학점제에 따른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22년 고교학점제가 부분 도입되면 2025학년도 대입제도의 부분 개편이 필요하고, 2025년 고교학점제 본격 시행에 따라 2028학년도 대학입시는 전면 개편돼야 한다”면서 “이 같은 일정을 감안하면 2021년에 대입 개편 중장기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교학점제 이후 수시나 정시를 통합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수능은 학교 교육만으로 준비가 가능하도록 어려운 문항을 없애고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고교학점제를 통해 쌓은 자신의 특성을 학생부를 통해 보여주자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위상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전체 모집 정원이 지원자보다 많은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당장 몇년 후에는 신입생 모집이 아니라 신입생 충원을 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대학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대입 공정성 제도에 대한 논란 역시 일부 상위권에 국한된 논란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방대는 국립대부터 학생부 교과전형을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서울 상위권 대학이 '학종'을 선호하고 스펙 몰아주기 등 불공정 논란은 이들 대학에 주로 해당되는 사항이다.

입시에 정통한 한 대학 교수는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금 같은 대입 논란은 소모적인 논란일 뿐”이라면서 “어떻게 하면 지식의 질을 높이고 학생의 자발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교육하고 평가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