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홍수에 살고 있다. 규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이익만 생각하며 취한 행동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켜야 할 공공의 약속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질서를 유지하고, 성장을 거듭해 왔다. 최근 정부의 관심은 규제 개선 방향으로 모아진다. 경제가 워낙 어려우니 오래되고 낡은 규제를 개선, 활로를 찾아 주자는 취지다. 과도하거나 시대에 뒤처진 규제가 성장을 일정 부분 가로막고 있었다는 인식도 한몫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빠른 기술 진화도 규제 개혁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준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정부 부처와 청와대까지 한몸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규제 개혁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민원이 많이 제기되는 분야 중심으로 앞 다퉈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일부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규제 개혁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 정작 기업 만족도가 높아지기는커녕 되레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기업이 느끼는 규제 개혁 체감도가 지난해 97.2에서 최근 94.1로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규제 개혁 성과 평가도 '만족한다'는 답변은 11.7%에 불과했다. 반면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22.0%에 달했다. 여전히 규제가 투자를 막고 신산업 진출을 어렵게 하는 등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이 많이 남아 있다. 어느 때보다 규제 개혁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은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혁신 성장을 위한 규제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데이터, 인공지능(AI), 네트워크(5G)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첨단 기술을 3대 혁신 인프라로 지정해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규제 개선 움직임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규제 샌드박스와 규제자유특구 등 혁신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규제개선 정책이 실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좀 더 현실에 맞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기업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