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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서울대 언론학과 교수>

“3D프린터가 나왔을 때 다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라며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던 '종이접기' 안에 정보를 물질로 전환하는 3D프린팅 원리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철학적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져야 기술중심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학과 교수는 “3D프린팅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대부분 신기술 원리가 과거부터 존재했다”며 “기술 본질을 알면 현 시대의 진짜 '새로움'이 뭔지 확인할 수 있으며, 기술적 계보까지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종이책을 아는 사람은 전자책이 완전히 새로운 발명물이 아니라 종이책을 많이 흉내냈다고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기술을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술 비평'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최근 전례가 없을 정도의 빠른 기술 변화가 이뤄지고, 기술이 일상 생활의 세세한 부분까지 침투했다”며 “기술 혁신의 일상화는 대중이 방향 감각을 상실할 정도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중심사회일수록 기술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이 교수는 “예술 비평이 예술 작품을, 문학 비평이 문학 작품을 평가하는 것처럼 기술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철학적 질문을 통해 기술의 본질을 통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 시대에 주요한 화두인 AI를 예로 들었다. 이 교수는 기술적 원리만으로는 AI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기술적인 것 외에 주체, 의식, 언어 등 인간적 문제와 연관돼 있다”며 “이런 문제를 도외시하면 AI가 초래할 변화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인간의 변화 또한 읽어낼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효율성만을 다지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기술이 전부인 세상이 된다면 우리 사회가 빈곤해지고, 기술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나머지 것도 바라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기술이 대중화된 만큼 기술 비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교수는 “하반기에 기술 비평 과목을 개설해 강의 중인데 학생의 호응이 아주 좋다”며 “다른 학교에서도 기술 비평 개설되길 바라며 전반적으로 기술을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터넷 연구 1세대로 뉴미디어 이론, 기술 철학, 기술 비평 등 영역을 선도해온 미디어 테크놀로지 이론가다. 그는 네이버 편집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등 AI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회과학자로 불린다.

이 교수는 최근 기술을 철학적 시각으로 바라본 도서 '공명' '인공지능 기술 비평'을 출판했다. 공명은 전자신문에 1년간 연재한 칼럼을 모은 책으로, 최신 기술이 우리 시대의 산물이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다는 것을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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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 비평은 AI에 철학적 질문을 제기하는 도서다. 기술과 철학 양쪽을 깊이 있게 다뤘다. 이 책은 AI의 기술적 원리에 주목하면서도 그것에 철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기술과 철학의 공명을 모색하면서 인간대체론과 기술낙관론으로 대표되는 테크놀로지 혁명 담론을 극복할 때 AI의 실체를 통찰할 수 있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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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