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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의 사이버펀치]<132>교수 1만명 서명의 또 다른 해석

발행일2019.10.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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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실 만한 분이 왜 그러세요?” 교통경찰이 으름장을 놓던 유력 인사에게 던진 한마디가 회자돼 권력 대항의 상징이 된 적이 있었다. 사실상 '아실 만한 분'은 두 종류가 존재한다. 법을 알고 지키는 준법인과 법에 걸리지 않는 방법을 알고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는 법꾸라지다. 법치주의 국가가 안고 있는 커다란 모순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회에는 양식(良識)이라는 또 다른 기준이 있어 질서가 유지된다. 법꾸라지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얄밉다! 어울리지 말자!”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조국만은 아니다. 과거 우리는 법망을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와 부를 챙기거나 자녀 교육을 핑계로 한 위장 전입 시도를 당연하게 여겨 왔다. 유령 기관의 증명서를 떼고, 필요에 따라 상부상조하는 품앗이 형태의 부정은 자주 경험했다. 일부는 이런 특권 사용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고, 일부는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좌절과 허탈감으로 밤을 지새운 부모도 셀 수 없을 정도다. 대다수 국민은 생계에 분주해 그런 혜택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왔지만 이제는 특권층만이 누리던 적폐를 정리하고 공평한 세상을 바라볼 때다. 그런 의미에서 조국의 기여는 충분하다. 검찰 개혁보다도 훨씬 중요한 사회 정의의 본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조국 퇴진을 요구하는 교수 서명이 1만명을 넘어섰다. 서울 서초동과 광화문을 연일 가득 채우는 시민의 모습도 우연은 아니다. 그들의 진심은 조국 퇴진 차원을 넘어 적당한 부패를 눈감고 지내온 자신에 대한 반성과 또다른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싶다. 의사 친구의 도움이나 은행 지인의 대출 지원 등 '적당한 부패'에 익숙해 있는 과거를 청산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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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거부하는 국민의 움직임을 권력 오남용과 각종 특혜를 종식시키는 계기로 승화시켜야 한다. 부 및 지식 차이와 상관없이 사람은 평등하고 기회는 균등한 사회로 진화돼야 한다. 단지 조국 장관 퇴진이라는 목적에 만족하면 광화문 인파는 참새를 쫒아내는 단순 목적의 허수아비와 다를 바 없다.

장관이든 교수든 해임하고 위촉하는 일은 임명권자의 권한이지만 고위 공직자 또는 교수가 지녀야 하는 최소한의 자격은 사회가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특히 교단에서 제자를 양육하는 선생에게는 법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양식이 요구된다. 교수는 단순한 지식장사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력파 건축업자가 악덕업자라고 해서 건축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악덕을 고집할 필요도 없다. 실력은 조금 부족해도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건축가는 즐비하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과 조국 장관 문제는 별개로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반발에도 인재가 없어 조국을 고집한다면 참으로 빈약한 정부이거나 고집 센 정권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상처 받은 혁신이 국가 미래를 위해 어떤 보탬이 될지를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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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번 사태를 통해 검찰 개혁과 사회 혁신의 필요성을 온 국민이 공감했다. 동시에 검찰 개혁과 국민 화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숙제가 생겼다. 남북이 나뉜 것도 서럽고 동서가 갈라선 것도 가슴 아픈데 고집과 이념으로 국민의 편 가르기를 한다면 역사가 기록할 범죄다. 조국은 더 이상의 분열보다 국민 단합을 위해 자신의 생각과 고집을 포기하고 양식 있는 동료 교수로 복귀하기를 바란다. 검찰 개혁은 내가 아닌 우리가 할 일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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