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인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까지 커졌습니다. 이를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이 도약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도록 만듭시다. 디스플레이 후발주자로 시작해 세계를 이끄는 일등 국가로 성장시킨 산·학·연·관이 다시금 힘을 합쳐서 흔들리지 않는 디스플레이 강국을 만들어 나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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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10회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에서 이동훈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7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제10회 디스플레이의 날' 기념식은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패기가 엿보였다.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산·학·연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해 서로 격려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유정열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위와 같이 축사하며 미래를 철저히 대비하자고 당부했다.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눈부셨던 10년

올해 10주년을 맞은 디스플레이의 날은 국내 패널 수출이 연 100억달러를 돌파한 2006년 10월을 기념해 제정됐다. 이후 2009년 200억달러, 2010년 3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반도체와 함께 대표 수출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2004년부터는 15년 연속으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과 부품을 수입해 조립해서 TV를 만들어 팔던 한국이 일본이 주도하던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1위를 탈환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세계 디스플레이 경쟁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빠르고 과감한 투자 결정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후발주자에서 선두로 올라선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1990년대 중반 샤프, NEC, 도시바 등 10여개 일본 업체가 LCD 시장을 주도했었다. 한국은1995년 LCD 산업에 뛰어들고 3년 만인 1998년 삼성이 LCD 1위로 부상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1년 후인 1999년에는 삼성과 LG가 나란히 LCD 시장 1·2위에 올랐다. 2001년 2분기에는 대형 LCD(10.4인치 이상)에서 오랫동안 선두를 지킨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41% 점유율로 1위를 탈환했다. 일본보다 빠르고 과감하게 대형 크기 패널에 투자한게 주효했다.

OLED는 한국이 디스플레이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며 세계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기술이다. 일본이 기술을 개발하고도 선뜻 양산에 나서지 못했지만 2003년 삼성이 중소형 OLED 투자를 과감하게 결정했다. 2007년 세계 처음으로 OLED를 양산했고 2012년에는 LG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양산을 시작하면서 중소형과 대형 모두 한국이 96%를 장악하고 있다.

◇앞으로의 10년, 위협 크지만 가능성은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지난 10년간 빠르게 성장했지만 앞으로 10년이 마냥 밝지는 않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거듭하면서 LCD에 이어 OLED까지 추격하며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중국발 LCD 공급 과잉으로 국내 패널사는 수익성이 줄어드는 문제가 심각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본이 수출규제를 실시해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대외 환경이 악화되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이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과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전혀 다른 성공 전략이 필요한게 주효하다. 목표 대상을 빠르게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워의 성공 경험이 잘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OLED 뿐만 아니라 퀀텀닷, 마이크로LED 등 여러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등장하면서 과거처럼 성공을 확신한 빠르고 공격적인 투자가 힘들어진 것도 한 몫 한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 디스플레이 선두를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이 대형 디스플레이 패권 경쟁에서 선두 자리를 노리고 있지만 한국이 차세대 기술을 앞세워 다시 선두로 올라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초고화질 초대형 OLED와 새로운 폼팩터인 롤러블·투명 OLED로 시장 공략에 나섰고 삼성디스플레이도 신기술을 채택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대규모 관련 투자도 준비하고 있어 또 한 번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됐다.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으로 디스플레이 생태계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펼치는 것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는 향후 3년간 2조7000억원을 투입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 기술력을 높이는데 나섰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비교적 사업 여건이 취약한 중견·중소기업의 애로를 해결해 차세대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동훈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은 “우리에게는 브라운관부터 최근 신기술까지 지난 50년간 축적해온 혁신과 성공의 경험이 DNA로 확실히 각인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양적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누구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질적 경쟁' 시대로 먼저 나아가야 하며 시장 경쟁의 게임 룰을 우리 손으로 완전히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 전후방 협력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고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기술을 탄생시키며 도전과 도약의 새로운 10년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유정열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유지를 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선점 지원,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구조 마련,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투자애로 해소 등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