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융합기술연구생산센터 내 연구소기업 시큐웍스. 최근 ETRI가 개발해 화제가 된 '음장센서' 제품화를 맡은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칸막이로 나뉜 공간 곳곳에서 타자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모두가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뭔가에 집중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일반 사무실과 비슷한 풍경이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서 전에 없던 센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음장센서는 빛 대신에 소리를 이용하는 첨단센서다. 소리를 발생시킨 뒤 되돌아오는 것을 분석해 움직임을 포착한다. 적외선 센서에 익숙했던 기자에게는 아주 생소한 작동방식이다. 신기했다. 다만 '성능은 어떨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말끔하게 사라졌다.

음장센서 원천기술을 개발한 주인공은 박강호 지능형센서연구실 박사다. 그와 이주철 시큐웍스 대표가 직접 음장센서 성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음장센서와 만남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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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호 ETRI 박사(사진 왼쪽)와 이주철 시큐웍스 대표(오른쪽)

실험 공간. 문 밖에서 창문을 통해 들여다 본 이곳에는 갖가지 물체가 놓여 있고 천장에 음장센서가 달렸다. 센서에서는 움직임 감지를 위해 내보내는 귀뚜라미 우는 듯한 소리가 이어졌다.

“천천히 문을 열어보라”는 박 박사 권유에 슬그머니 문을 열자 요란한 경보소리가 울렸다. 어리둥절해 더욱 천천히 문을 열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눈이나 기존 센서로는 잘 잡아내지 못하는 움직임도 음장센서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박강호 박사와 이주철 대표가 웃으며 설명했다.

다음 실험에서는 장애물을 놓고 진행했다. 센서 바로 아래에 위치한 책상 밑으로 들어가 실험을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만 움직여도 여지없이 경보가 울려댔다.

“음파는 '회절' 현상 때문에 장애물 뒤에도 전파됩니다. 음장센서는 장애물에 가로막혀 있어도 건너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주변 물체에 구애받지 않고 감지해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박강호 박사가 천천히 원리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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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장 센서를 활용한 화재 감지 시연 모습. 실험공간에 불을 내자 센서가 이를 감지해 경보를 울린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화재 감지를 시연했다. 책상 밑에서 버너로 휴지에 불을 붙이자 노란 불꽃이 피어났다. 이번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경보가 울렸다. 천장에 설치한 센서가 책상으로 가려진 곳에서 일어난 화재를 바로 감지해 낸 것이었다.

이주철 시큐웍스 대표는 “원천기술 개발처인 ETRI 도움을 받아 다양한 방식으로 센서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AI 스피커 등 스피커와 마이크를 갖춘 기기에 소프트웨어(SW) 형태로 감지 기능을 더하는 방식이나 하드웨어(HW) 형태 솔루션으로도 상품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서울 낙원상가 내 고가 악기 상점가에 설치하기로 했고, 주요 통신·보안 업체와 적용을 협의하고 있다”면서 “기존 센서를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