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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차별의 '역습'이 시작됐다.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글로벌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사이 '규제 역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국내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거센 논란은 결국 우리 국민 이익에 대한 역습으로 이어졌다.

최근 페이스북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관한 이야기다. 이 판결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방송통신위원회 규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철폐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과연 글로벌 사업자를 규제하기가 어려운 국내 규제는 모두 사라져야 할 '악'인가.

논란을 촉발시킨 이번 판결에서 서울행정법원은 페이스북의 접속 우회에 대한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이용자 이익의 저해는 인정할 수 있지만 법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과징금 규정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법원 입장은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통신 환경에서 다양한 이용자 이익의 침해 행위에 대해 이용자 관점에서 합리타당하고 유연하게 해석해서 이용자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 목적과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판결로 아쉬움이 크다.

한편에서는 페이스북 판결에 대해 역차별 해소라는 측면에서 타당한 판결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사건 빌미를 제공한 상호접속 고시가 불합리하다면서 역차별을 야기한 부당한 정부의 규제는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논의의 본질을 흐려서 마치 논리에 필연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취급해 특정 방향으로 이끌고 가려는 시도를 경계해야 한다. 이 사안의 본질은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규제 집행력 불능도 역차별도 아니다. 핵심은 페이스북 접속 경로 우회가 우리 국민 이용자의 이익을 저해했는지 여부다. 역차별 문제도 규제 집행력 확보 문제와 진정한 규제 역차별, 객관적·일반적으로 국내외 사업자를 불문하고 해당 규제가 비합리적인가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이 사안에서도 논란이 된 법 규정이 국내외 사업자 모두에게 비합리적임에도 국내 사업자에게만 적용되고 있는가(진정한 역차별)를 봐야 한다. 만일 합리적이라면 국내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자에게도 적절히 집행 및 적용이 가능한가(규제 집행력 확보) 문제를 구분해서 검토해야 한다.

집행이 어렵다고 해서 국내 이용자 보호 규정을 포기하라고 하는 것은 역차별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정부는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해 규제 집행력이 실현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의 합리적 이익을 보호하지 못한 글로벌 사업자 행위에 대해 이용자 보호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가 문제다. 규제 집행력 확보 문제이다. 겉으로 보이는 역차별이라는 이름만으로 철폐를 이야기할 사안이 아니다.

'역차별.' 촛불을 통해 국민의 뜻이 공정, 정의, 평등과 같은 높은 가치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요즈음 차별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역차별'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강력한 경고와 함께 주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글로벌 환경에서 외국 사업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도 용인할 수 없는 문제지만 역으로 국내 사업자가 불합리하게 차별 당하는 것도 수수방관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에 반하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따르고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차별이든 역차별이든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차별금지 가치뿐만 아니라 국민이 원하고 추구하는 또 다른 높은 가치도 함께 존중하고 조화롭게 보호해야 한다. 실제로 차별이 아님에도 차별 철폐라는 프레임으로 엮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가치가 몰각된다면 그 또한 우리는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글로벌 환경에 놓인 인터넷 서비스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비합리한 규제는 철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합당한 규제까지 모두 철폐하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규제가 글로벌 사업자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집행력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글로벌 사업자는 국내 이용자 보호 규제를 준수함으로써 그들이 추구하는 이용자 만족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 kjchoi@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