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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 레티클 개발 인력 채용 공고. <사진=SMIC 웹사이트>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가 극자외선(EUV) 공정 개발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EUV 공정은 만만찮은 개발 비용과 기술 격차로 파운드리 양강인 삼성전자, TSMC를 제외한 파운드리 업체는 투자를 미루거나 망설여 왔다. SMIC가 반도체 굴기를 발판으로 기술 격차 좁히기를 시도하면서 국내 EUV 인력의 중국 유출 우려가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는 지난 8월부터 자사 웹사이트에 노광 공정용 마스크(레티클) 전문가 경력직 채용 공고를 세 차례 내면서 'EUV'를 빠뜨리지 않고 언급했다.

SMIC는 이 공고에 '1년 이상의 EUV 경력은 최선의 조건이 될 것이다' '핀펫 또는 EUV 경력을 최우선시 한다'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경력직 공고에 언급된 인원을 모두 합치면 14명을 뽑을 계획이다. 선발 인원은 SMIC 본사가 있는 상하이에서 근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사실상 중국에서도 EUV 공정 도입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EUV 노광 공정은 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최첨단 공정 기술이다. 기존 노광 공정에 사용된 불화아르곤(ArF) 광원보다 약 14분의 1 짧은 파장으로, 더욱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다.

어떤 물질에서나 흡수되는 EUV 광원을 웨이퍼로 전달해야 하는 공정 특성상 성질이 기존과 아예 다른 레티클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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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자료=트렌드포스>

현재까지 파운드리 업계에서 EUV 공정은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를 노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50%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TSMC만 구현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 다양한 파운드리 업체가 있지만 EUV 공정 개발을 추진하는 사례는 드물다. EUV 노광기가 대당 1500억원을 훌쩍 넘는 데다 이미 파운드리 강자들이 3나노, 5나노 경쟁을 벌이는 등 높은 기술 장벽을 형성했기 때문에 투자를 중단하거나 망설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와 현지 파운드리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업계 5위 SMIC의 EUV 공정 개발에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SMIC가 지난 7월 2021년 공정 가동을 목표로 EUV 노광기 한 대 구매를 배정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미 회사는 2017년 삼성전자 출신 양몽송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면서 최근 14나노 기술도 구현하는 등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혀 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EUV 연구가 주로 한국·대만 업체에서 이뤄지는 것을 고려할 때 국내 EUV 기술 보유 인력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SMIC는 국내 엔지니어들이 받는 연봉의 4배 이상을 제시하며 핵심 기술 인력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내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에서 높은 연봉으로 국내 인력을 영입하지만 핵심 기술을 가져간 뒤 등을 돌리는 사례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우려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