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정보통신기술(ICT) 장비의 70%가 외산 제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ICT 강국임을 자부해온 우리나라의 숨기고 싶은 민낯이 드러났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공부문이 사용하는 ICT 장비 21만3571대 가운데 외산은 15만1426대 였다. 장비 총 도입비 8조1233억원 가운데 5조7594억원이 외국기업에 지출됐다. 이는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공공부문 1098개 기관을 조사해 나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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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으로 백업장비는 외산 비중이 98.5%였다. 스토리지(95.78%), 서버(88.28%), 통신장비(71.94%) 등의 거의 전 부문에서 외산 의존도가 높다.

공공기관 장비 가운데 서버에서는 HP(40.8%), IBM(36.9%) 양사가 경쟁중이다. 스토리지 역시 델(31.83%), 히타치(23.3%), IBM(15.2%)이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다. 백업장비는 HP(24.4%), 퀀텀(24.1%), IBM(20.8%) 등이 주도했다. 통신장비는 시스코 한 회사가 시장의 58.2%나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환경을 갖췄다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그 내면은 외산 일색이다. 마땅한 국산장비가 없어서 외국 장비를 도입했다는 정부와 공공기관의 입장을 대놓고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전자정부법을 도입한 것이 2001년이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여전히 공공기관에 쓰이는 장비 국산화가 크게 진척되지 못했다면 큰 설계가 분명히 잘못 된 것이다. 민간 통신사업자 장비 국산화율이 60~70%에 이르는 것과 비교해도 공공부문의 외산 장비 도입 비중은 과도하게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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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장비 기술력을 높이고, 공공기관 장비 구매시 국산 제품에 가점을 주는 등 다양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와 공기관도 국산 대체가 가능하다면 앞장서 국산 장비를 채택해야 할 것이다. 국산 장비로 교체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담당자의 사후 책임을 최소화하는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