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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당초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최고경영책임자(CEO)를 교체하면서 새 수장으로 부임한 정호영 사장 체제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이목이 집중됐다. 다양한 그룹 계열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살림살이를 책임져온 정 사장 이력을 감안하면 공격적 투자 기조를 잇기보다 눈앞에 닥친 실적 위기를 극복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힘을 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안은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이다. 이미 LG디스플레이는 노조와 구조조정 규모와 조건 등을 협의를 마치고 17일부터 직원 대상으로 경영환경 설명회를 순차 개최하면서 희망퇴직을 안내하고 있다. 근속 5년차 이상 생산직이 대상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액정표시장치(LCD) 인력 중심으로 사무직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원과 담당 조직을 축소하는 등 조직 슬림화를 골자로 조기 조직개편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고강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정도로 경영환경과 실적이 모두 나빠진 만큼 희망퇴직과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CEO 교체가 필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광저우 공장 가동을 계기로 새로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시대를 연 만큼 새로운 수장이 필요한 시기가 됐고 당장 필요한 조직 재정비와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을 떠안고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기존 결정한 신규 투자 방향이 바뀌거나 일부 조정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파주 10.5세대 라인의 경우 투자 시기가 조정되거나 기술방식을 재검토하는 등의 변화가 수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낙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가장 비용효율적인 기술 방식을 고려하거나 생산 안정성에 더 무게를 싣는 등 전략적 판단이 바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을 어떻게 더 효율화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특히 중소형 OLED가 난제로 꼽힌다. E5 라인에서 자동차와 스마트폰용 OLED를 생산하고 있지만 E6 1라인은 아직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초기 구축한 4.5세대 파주 E2 라인도 일부만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CD 뿐만 아니라 중소형 OLED 라인도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부회장이 기술 전문가로서 공격적인 투자와 차세대 기술 중심으로 경영했다”며 “최근 1~2년 사이에 CEO 교체설이 불거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성과 관리 중심형 후보가 부각된 이유”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는 기술형 CEO와 관리형 CEO가 교차되는 형태로 운영돼왔다”며 “정호영 사장 체제에서는 기존 투자가 안정적인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리하면서 조직과 실적을 재정비하고 경영 체제를 안정화해 다음 세대 투자에 뛰어들 토대를 갖추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