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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현대중공업 CI. [사진= 각사 제공]

철강업계가 철광석 가격 반등에 힘입어 조선업체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철강제품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최근 톤당 93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작년 동기 대비로는 27.8% 올랐다.

통상 철광석 가격 인상은 철강사들 입장에서 희소식이 아니다. 제품 가격에 인상분을 반영하면 별 문제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철강사들은 하반기 조선소들과 선박용 후판(두께 6mm 이상 철판) 가격 협상을 앞두고 있다. 철광석 가격 상승을 후판 가격을 올리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실제 그동안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소들은 철광석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후판 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해달라는 요구를 해왔다. 한때 철광석 가격이 톤당 200달러에 육박했던 올해 상반기에도 조선소들은 업황 악화 등을 내세워 동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7~8월 톤당 120달러에 수입했던 철광석들이 이제부터 제품에 반영된다”면서 “철광석 가격이 하락 안정화한다 해도 후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후판 가격 인상이 성사될 지는 미지수다. 조선소들은 미지한 업황 개선을 내세워 하반기에도 가격 인하 또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상반기만 해도 수주 물량이 작년 동기보다 40~50%에 감소했다”면서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선박 원재료비의 약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을 인상한다면 수주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협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후판 가격은 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과 국내 1위 철강사인 포스코와의 협상에서 정해진다. 이를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이 철강사들과 개별 계약한다. 현대중공업과 포스코는 아직 협상 전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철강사 관계자는 “최근 철광석 가격이 올랐을 때도 고통 분담을 이유로 후판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면서 “손실 보전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후판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게 철강업계 입장”이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