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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의 사이버펀치]<128>사라진 철밥통 의미와 가치

발행일2019.09.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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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래요.” 정년까지 일할 수 있는 안정된 직업을 선호한다며 학업을 중단하는 제자에게 딱히 할 말이 없다. 이른바 '철밥통'이라 일컫는 직업에 매력을 느낀 공무원시험 응시생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업의식이나 소명감은 직장인이라는 보통명사에 묻혀 가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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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은 '해고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하는 말'로 정의된다. 대체로 기자, 공무원, 교수 등이 이 직업에 속한다고 말한다. 이밖에도 철밥통에 해당하는 직업은 상당수 있다. 물론 철밥통은 직업 안정성을 대변하는 단어지만 또 다른 의미에선 주변 환경이나 압력과 무관하게 소신껏 자신의 일을 하라는 의미로 부여된 특권이기도 하다.

교수, 기자, 공무원이 사상이나 이념과 관계없이 존경받는 시절이 있었다.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백지광고를 마다치 않은 신문과 해고된 기자들이 수없이 많던 1980년대 기억은 소중하다. 비록 권력이나 인기에 영합한 언론의 피폐해진 흔적이 여기저기 드러나지만 많은 언론은 마지막 보루인 진실을 지키려고 동분서주한다. 1인미디어의 급격한 증가로 가짜뉴스가 창궐하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스스로 기자'의 인기가 오히려 높은 현실도 개의치 않는 진짜 기자는 얼마든지 있다. 복지부동과 무사안일로 비난받기도 하지만 사명감으로 국가 발전을 위해 적은 월급에도 자신을 희생하는 공무원의 예 또한 수없이 많다. 튀는 소수가 다수를 가리고 있을 뿐이다.

지식인을 상징하는 대부분의 교수는 정치보다 제자 양성과 학문에 몰두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몰지각한 교수가 논문 표절과 저자 바꿔치기 등 어이없는 행동으로 흙탕물을 만들고 사리사욕을 채우려 기득권을 악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습득한 지식의 전수와 공정한 성적 처리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 청출어람을 이루는 제자를 양성하려는 노력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한계에 도전하는 기술 개발을 목표로 일생을 바치는 학자도 상당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에 희망을 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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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직업군에 부여된 철밥통의 지위는 안이하게 자리 보전에 연연하기보다 국가를 선도하고 신념으로 사회 가치를 보전하라는 명령의 또다른 표현이다. 그러나 철밥통 본연의 의미보다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숭고한 직업의식을 저버린 이들이 부각되고 있어 안타깝다. 비겁하게 소신을 감추고 숨어 버린 지식인의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제라도 사회가 부여한 철밥통 의무를 다하기 위해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비겁하고 안일한 처신이나 사리사욕에 치우친 허상을 버리고 철밥통 본연의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 기자는 진실에 입각한 글로 승부하고, 공무원은 행정 수반에 충성하기보다 국민 우선의 신념을 고수해야 한다. 교수는 진리를 양보하지 않는 엄격함으로 입을 여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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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열풍이 13호 태풍 링링만큼이나 강력하게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변화하는 미래에 생존하기 위해 철밥통 직업인은 실패와 좌절, 권력의 횡포와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소신 있는 행동으로 사회의 귀감이 돼야 한다. 권력의 그림자에 포위돼 자신을 버리는 우매한 생각과 행동으로부터 탈출해야 한다. 다 그럴 수는 없지만 철밥통이 제 역할을 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경제 위기도 사회 혼란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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