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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게임시장 간접규제가 재등장하지 않도록 지켜봐야 한다

발행일2019.09.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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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게임물등급위원회(현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온라인게임 심의에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규제'를 적용했다. 결제 한도를 설정하지 않은 게임물에 대해서는 등급 분류를 거부했다. 결제 한도를 초과하는 게임은 등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게임회사는 게임을 출시할 수 없었다.

그 결과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성인 이용자의 결제 한도가 일정한 수준에서 제한되는 예외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이러한 게임 결제 한도는 건강한 게임 생태계 조성과 과소비 등을 막는 등 사용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성인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게임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을 제한한다.

지금까지 성인 취미 활동에서 개인이 돈을 얼마만큼 소비할지에 대한 규제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게임 이용자의 과소비를 방지하기 위한 이러한 국가기관 개입이 정당한지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미성년자나 중독자 등과 같이 자율 판단 능력이 충분치 않아서 보호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에는 자기결정권을 일부 제한할 수 있을 것이지만 성인은 다르다. 성인 능력은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에 민법은 성인인 경우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 심판을 받은 경우에 한해 선택권을 제한해 보호한다.

국가가 성인 선택권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후견권 남용이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게임의 성인 이용자 모두를 보호해야 하는 잠재적인 취약계층으로 치부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러한 규제가 올해 풀려서 성인은 결제 한도 제한이라는 규제로부터 자유롭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는 언제든지 다시 쉽게 등장할 수 있다.

법령상 규제가 아닌 한국게임산업협회 및 게임사가 임의로 정한 규제(이른바 '그림자 규제' '간접 규제')였기 때문이다. 법령이 아닌 게임물관리위원회(게관위)의 등급 심사로 성인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매우 크다. 권력분립과 법의 지배 원리에 입각한 근대법치국가 이념에서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모든 법규가 국민 대표기관인 국회에 의해 제정된 형식적 법률일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원칙상 입법권의 복위임이 금지돼 위임 입법은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게관위 등급심사를 통한 게임이용자 권리 제한은 어떠한가. 게임 내용과 무관한 구매 한도 설정이 등급 심사 평가 항목에 포함된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규제에 대한 근거법이 전무하다는 점이 더 문제된다.

국가 규제는 지켜야 하는 의무가 부여되는 만큼 그 목적이 명확해야 하며, 사회에 미치는 부작용과 산업에 가해지는 피해 정도 등을 종합 예측해서 결정돼야 한다. 규제가 이뤄지더라도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강제돼야 한다. 게관위는 게임산업법 및 게관위 등급 분류 기준에 게임 결제 한도가 포함돼 있지 않음에도 등급 분류 신청 절차에서 결제 한도 규제를 강제해 실질적으로 등급분류 기준과 연계시켰다.

법령에 의한 규제가 아님에도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이런 식의 규제 방식인 간접 규제는 우회적으로 사인의 행동을 제약하는 수법이다.

법에 의한 규제에 비해 사법부나 헌법재판소의 법적 통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면서도 더 강한 정책적인 강제력을 지닌다. 간접 규제는 법적 규제가 아니기 때문에 철회도 쉬우며, 다시 등장시키는 것도 쉽다.

최근에 결제 한도 규제가 사라졌다고 종전 규제의 문제점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간접 규제가 게임 시장에 재등장하지 않도록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서종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jhlaw@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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