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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의 사이버펀치]<127>어른 싸움에 방치된 아이들 문제

발행일2019.09.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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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기 싫어요, 차라리 죽고 싶어요.” 자신을 괴롭히는 급우들과 한 공간에 있기가 무서운 아이는 학교 가기를 어려워 한다. 자신이 포함된 대화방에서 '가짜뉴스'로 험담하는 일은 다반사다. 대화방에 강제 초대해 욕설을 퍼붓기도 하고, 심지어 협박을 일삼는 아이도 있다. 초등학생이 감당하기 벅찬 고통이지만 교사도 부모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하소연할 대상도 없다. 정치에 대부분 지면을 할애하는 언론에도 관심거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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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6만명 이상이 학교폭력을 당했다. 중·고교보다 초등학교에서 더 많은 폭력이 일어나고, 집단따돌림(35.6%)과 언어폭력(23.2%) 등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폭력과 집단따돌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사이버괴롭힘(8.9%)과 결합해 발생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청소년의 사이버폭력 문제는 방치할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경찰이 검거한 사이버폭력범이 3000명을 육박하고, 30%가 넘는 일반인이 사이버폭력을 경험한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SNS의 댓글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사건이 사이버폭력을 당하는 청소년이 경험하는 정신 충격을 짐작케 한다.

사이버폭력은 인터넷에서 험담하거나 인격을 모독하는 '사이버 모욕', 특정인을 공개 비방하는 '사이버 명예훼손', 음란물로 불쾌감을 주는 '사이버 성희롱', 신상 정보를 유포하는 '사이버 신상털이', 지속 접근해서 위협하는 '사이버 스토킹' 등 다양하다. 대부분 사이버폭력은 직접 피해가 동반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 고통이 막대함에도 가해자 처벌 근거를 찾기도 쉽지 않다. 청소년의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의 고통을 가늠조차 못하고 폭력을 자행하는 것도 문제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청소년 사이버폭력은 근절돼야 한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보호 대상인 청소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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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폭력은 비대면성·익명성·확산성을 특성으로 하고 있으며, 기술 발달로 인공지능(AI)과 개인 정보를 악용하는 공격으로까지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폭력 대응과는 차별화된 방식으로 다뤄져야 한다. 구태의연하게 검거하고 처벌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근절할 수 없다.

사이버폭력 가해자의 심리를 연구·분석, 맞춤형 예방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체로 사이버폭력은 단순 흥미나 유행 편승에서 시작하지만 보복, 폭력 행사 같은 범죄 행위로까지 발전하고 있어 차별화된 방식의 예방책이 절실하다. 무지한 채로 가해 행위를 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이버폭력이 야기하는 피해를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경찰청에서 사이버폭력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고 사이버폭력 피해 사례를 공개하고 있지만 대다수 국민에게 노출돼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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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기관과 가정에서의 청소년 사이버폭력 예방 교육은 기본이다. 가해 위험성을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알게 하고, 피해가 발행하는 경우 혼자 고민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와 부모는 사이버폭력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청소년과의 대화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내 아이가 설마'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이미 사이버폭력이라는 절벽에서 떨어진 참담한 아이의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사이버폭력은 국가와 개인이 함께 처리할 폭발물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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