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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모여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2심 판결을 다시 받게 됐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지만 29일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공직자의 뇌물죄의 경우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반드시 분리해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1·2심 재판부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최순실 씨에 대해서도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유죄가 인정된 뇌물 혐의에 대해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한다. 묶어 선고하지 않고 분리해서 선고할 경우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이날 판결 선고 직후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검찰은 앞으로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책임자들이 최종적으로 죄에 상응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은 대법원의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자유한국당의 경우 형량을 떠나 다시 한번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친박, 비박 등 계파별 입장이 천차만별인 상황이라 '보수 결집'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형량에 따라 보수가 결집하고, 분열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내부 사정상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박 전 대통령의 조기 사면론을 주장할 명분도 줄어들었다. 대법원의 확정 선고 이후에나 대통령이 사면 여부를 고민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더 늦춰지는 셈이다. 그동안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지도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해 왔지만 이날 판결로 다시 심리한 후 형량을 확정하게 된 만큼 조기 사면을 요구하기 어려워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과 관련해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원론적인 대답이었지만 재판이 확정된 이후에는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지자를 중심으로 연내 사면 가능성까지 대두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번 국정 농단 사건뿐 아니라 대법원에 계류 중인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에 대한 확정 판결도 받아야 한다. 때문에 총선의 영향력도 제한적일 것으로 관망된다. 내년 총선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이 모든 사건에 대한 형량을 확정받고 문 대통령이 사면을 결정한다면 총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일정상 총선판을 흔들기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대법원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자유한국당은 '절차적 문제에 대한 판단'이라고 의미를 좁게 해석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상고심 선고는 공직자에 대한 뇌물혐의는 분리선고해야 한다는 절차적 문제에 대한 판단에 그쳤다”면서 “파기환송심에서는 정치적 고려, 정국 상황을 배제하고 오직 증거와 법률에 의한 엄밀한 심리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도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덧붙였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법원의 판결로 국정농단 사건이 중대 불법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며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파면 사태와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한국당도 진정한 과거 반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은 이날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에 가장 먼저 논평을 발표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뇌물공여죄가 대법원에서 인정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며 “국민들의 힘으로 이뤄낸 결실이다. 하급심에서 대법원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한 판결을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국정농단 대법원 선고,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 대변인은 “그동안 정치적으로 중요한 판결이 있을 때마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따라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만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법원의 판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대변인도 “혐의사실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사법절차에 대한 판단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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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동욱 기자


친박 세력으로 꼽히는 우리공화당은 판결 결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조원진 공동대표는 대법원의 2심 파기환송 판결을 두고 “박 대통령을 다시 고등법원에 묶어두고 죽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