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상생협약 지켜진게 없다" 5억 미만 민간사업 참여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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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중소 소프트웨어(SW)업계가 민간이 발주하는 5억원 미만 정보기술(IT)·SW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신청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 계열의 대형 IT서비스 기업은 5억원 미만 민간 사업 참여가 불가능해진다. 중소 SW업계가 중기 적합업종 신청에 들어가면서 지정 여부를 놓고 대·중소기업 간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5억원 미만 단일계약건(IT서비스·SW사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신청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3년 동안(이후 3년 추가 가능) 대기업은 민간이 발주하는 5억원 미만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1981년에 설립된 정보산업협동조합은 350여개 중소 SW 기업과 IT서비스 기업이 소속된 단체다. 정보산업협동조합은 5년 전 '5억원 미만 단일계약건'에 대해 중기 적합업종 신청을 추진하다 철회했다. 당시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재자로 나서 '응용 SW 개발 및 공급업 동반성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 분위기를 조성했다. 삼성SDS, LG CNS, SK㈜, 롯데정보통신, 신세계아이앤씨, 현대오토에버 등 국내 주요 IT서비스 대기업들이 정보산업협동조합과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정보산업협동조합은 대기업이 동반성장 이행에 불성실하고 공정경쟁 환경을 저해했다며 중기적합업종 신청을 재추진한다.

한병준 정보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상생협약 체결 당시 대기업은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대·중소기업 간 공동 연구, 인력 양성, 투자 등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진 것은 한 건도 없다”면서 “최근 공공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그동안 쌓아 온 저가입찰까지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상생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보산업협동조합은 5년 전 체결한 동반성장 MOU의 파기 의사를 동반성장위에 전달했다. 이달 중 중기 적합업종 신청서를 제출한다. 신청서가 제출되면 동반성장위는 실태조사, 업종 해당 여부 등을 검토해 통상 6개월 안에 결과를 발표한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중기 적합업종 지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의에 의해 최종 결정된다”면서 “위반 시 법적 제재는 없지만 양측이 합의해 결정한 사안인 만큼 대부분 최종 결정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동반성장위가 중기 적합업종 검토 작업에 착수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논쟁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 LG전자, SK 등 대기업이 발주하는 5억원 미만 사업에 IT서비스 계열사의 참여를 막는 조치인 만큼 중기 적합업종 지정 시 IT서비스 기업 매출도 타격을 받게 된다.

대기업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공공사업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정부가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시행해도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민간 시장에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면서 “공정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대·중소기업 간 상생 방안을 논의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저가입찰 등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5억원 미만으로 제한을 뒀지만 발주처가 몇 개 사업을 묶어 대기업 참여 가능한 5억원 이상 사업으로 발주하는 등 편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기까지 사업 규모, 참여 제한 방식 등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설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