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조치와 관련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정지원을 제도화한다.

경영계는 근로시간 유연성 및 환경규제 등 기업 활동 여건에 대한 법적·행정적 지원을 요청했다. 노동계는 노동자 희생을 볼모로 한 일본 대응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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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국회에서 여야 정치권과 정부, 청와대, 경제계, 노동계가 한데 모인 일본 수출규제 대책 민관정협의회 2차회의에 참석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정지원을 제도화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정부지원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정치권에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채이배 바른미래당, 윤영일 민주평화당, 박원석 정의당 정책위의장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일본수출규제특위 위원장 등 5당 핵심 관계자가 참석했다. 정부와 청와대에선 홍 경제부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리했다. 경영계에선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박순황 중소기업중앙회 비상근부회장이, 노동계에선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참석했다.

홍 부총리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혹시 피해가 발생할 시 정부가 즉각 지원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 자립화가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전담논의기구(소재부품장비경쟁력위원회)를 마련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생태계 구축 등도 철저히 이행하고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기업의 활동 범위를 제약하지 않아야 일본과의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연구개발(R&D) 및 기술 부문에서 일본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유연성, 환경규제 등 기업 활동 여건이 최소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법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건의사항을 마련해 제안하겠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정부는 글로벌 분업 체계를 고려하면서 원천기술 국산화에 대한 현실감 있는 로드맵을 짜고, 민간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실효성 있게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현실적인 부분도 빼놓지 않았다. 손 회장은 “모든 기술을 단기간 내 개발할 수 없다. 생산성·효율성·가격에 기반한 국제적 분업 원리에서 볼 때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경쟁하는 한편, 상호 간 산업협력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영주 무역협회장도 “현장 중소기업은 이번 대책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절호의 기회라고 한다”면서도 “R&D 인력 근로시간, 화학 관련 (규제의) 유연한 적용 없이는 곧바로 되기가 어렵다고 한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김 회장은 “우리 기업들은 정부가 대화를 통해 한일간 갈등을 해소하고 양국 경제협력이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정치·외교적 노력과 일본 정부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동계는 노동자의 일방 희생만으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한다면 우리 사회는 회복 불능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경영계의 근로시간 유연성 등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번 기회를 맞아 경영계 일부에서는 규제완화를 핑계로 근로시간 및 산업안전 관련 노동자 보호장치를 일부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기업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기본권, 생명권, 안전하게 살 권리를 훼손한다고 해서 이번 경제위기가 극복되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