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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짐이 곧 국가'라던 프랑스의 루이 14세 시절에 국가 재정을 총괄하고 있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 재무대신은 어느날 상인 대표를 만났다. 부국강병을 위해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다. 콜베르는 건전 재정을 위해 증세의 불가피함을 설명하고 그 대신 기업이 받고 싶은 당근을 제안하라고 했다. 상인에게서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된다. “제발 자유롭게 두세요.”

17세기 당시 프랑스는 계속된 전쟁과 상류층의 사치로 국고가 바닥 난 상태였기 때문에 상인의 호소에도 콜베르는 증세를 강행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콜베르의 증세 정책은 대중의 지지를 얻게 된다. 그 이유는 귀족에게도 처음으로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이었다. 자유방임주의와 국가개입주의 간 충돌을 보여 준 상징 사건이었다.

오늘날을 콜베르가 활동하던 시대와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제를 온전히 시장질서에 맡길 것인가, 국가 개입을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인가 하는 논의는 콜베르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경제 정책의 쟁점 사항이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잠재성장률의 지속 하락이다. 우리 경제의 6% 이상 고성장 시대는 1997년 11월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사실상 끝났다. 최근 10년 동안의 평균 성장률은 3.2%를 기록하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내년부터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 미만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4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산업별 노동생산성 변동요인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전(2001~2007년) 4.2%에서 위기 후(2011~2015년) 2.1%로 2.1%포인트(P) 하락했다. 제조업은 7.9%에서 2.2%로 5.7%P, 서비스업은 2.5%에서 2.3%로 0.2%P 각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생산성 하락이 주목되는 점은 이것이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하락세는 노동이나 자본 같은 투입 요소의 기술 수준 전반을 나타내는 총요소 생산성의 증가율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총요소 생산성은 생산 과정의 혁신, 산업 내 혁신 기업 출현, 노동 및 자본의 효율 배분 여부 등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그동안 이러한 혁신 활동이 미진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잠재성장률 및 생산성의 지속 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시장 원리만을 강조하는 자유방임주의는 한계가 있다. 시장 메커니즘 기반으로 하는 자유방임주의는 18세기 애덤 스미스 이후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표되며 경제학의 주류를 이뤄 왔다. 그러나 과잉 생산으로 인한 대공황, 무분별한 파생 상품 발행으로 인한 금융위기 등 많은 시장 실패가 역사 속에서 나타났다.

사회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의 적절한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 향상 역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콜베르는 자유 방임을 외치는 상인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국가의 지속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추진한 '현명한 손'을 발휘했다.

지금 우리에게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현명한 손은 무엇인가. 그 방법은 정부가 개입하되 최대한 민간의 자발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화해서 제조업 생산성 개선을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가 공동 참여하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융합, 핵심 선도 산업 발굴, 혁신 창업 지원 등을 통해 상호 협력을 이끌어 가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과 '현명한 손'이 서로 맞잡았을 때 우리 경제는 균형있는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김영우 동반성장위원회 전문위원 kyw@win-wi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