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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한숨 돌렸지만, 위기는 여전하다

발행일2019.08.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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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일본 정부의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수출 허가로 한 숨 돌렸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일본의 수출 허가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이번 기회에 소재 다변화를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초 규제한 3대 품목은 반도체 공정 중 핵심 소재다. 그런데 일본 기업들이 대부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급소'를 찌른 것이나 다름없다.

Photo Image<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전시된 웨이퍼. <전자신문 DB>>

극자외선(EUV)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포토레지스트는 빛으로 웨이퍼 위에 회로 모양을 찍어내는 '노광 공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 JSR, TOK, 신에츠 등이 90% 이상 점유율을 확보했다. 국내에서 EUV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인 삼성전자의 차세대 공정을 겨냥한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화성 S3라인에서 4대 안팎의 노광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고 관리, 대체재 확보 등으로 연말 현재의 2배 이상 웨이퍼를 투입해도 공정을 진행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EUV 포토레지스트 양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Photo Image<코오롱인더스트리 투명 PI.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다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문제는 커진다. 현재 EUV 공정은 상대적으로 소량 반도체 양산에 활용된다. 내년 D램 공정이나 EUV 전용 라인이 가동되면 많은 양의 제품이 필요해진다. 내년에 당장 많은 양의 대체재를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포토레지스트 제조사, 국내 업체 등 제품이 대체재로 언급되지만 삼성전자의 첨단 기술을 받쳐줄만한 수준이 안된다”고 전했다.

에칭가스도 마찬가지다. 이 가스는 웨이퍼 공정 중 산화막 찌꺼기를 떼어내기 위해 쓰인다. 깊고 좁은 웨이퍼 회로 사이 산화막 찌꺼기를 떼어내 오염과 불량을 줄인다. 액체 불화수소보다 쓰임새가 적지만 사용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 쇼와덴코가 강자다.

이 분야는 SK머티리얼즈가 연내 에칭가스 샘플을 공급하고, 국내 F사 등이 에칭가스 제조를 시도하고 있지만 양산 시점이 길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많은 업체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소자업체에 안정적으로 공급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Photo Image<코오롱인더스트리 투명 PI.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이번 일본 규제에서 비교적 덜 영향받은 디스플레이 업계도 불화수소를 비롯해 소재, 부품, 장비 등으로 추후 불길이 번질 가능성에 여전히 대비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수출을 규제한 불화 폴리이미드는 큰 영향이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국내 회사가 사용하는 불화 폴리이미드가 일본 정부가 규제한 사양과 차이가 있어서 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는다고 봤다. 또 국내 업체들이 불화 폴리이미드를 자체 개발했고 생산 설비까지 마련해 추후 시장에서 수요가 발생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일본 의존도가 높고 공급망 다변화가 부족한 분야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패널 제조사 투자가 둔화돼 실제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장비 부문은 디스플레이용 노광기를 일본 캐논과 니콘에 100%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물질 결정 구조로 이온을 주입할 때 사용하는 이온 주입기도 해외 의존도가 높은 대표 품목이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 어플라이드와 엑셀리스가 공급하지만 디스플레이용 장비는 일본 니신이 독점 공급한다.

소재는 청색 형광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대표적이다. 일본 이데미츠코산이 독점 공급한다. 국내외에서 청색 형광 OLED와 이를 대체할 신소재를 개발하고 있지만 단기 상용화는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규제 이후 수출 허가를 낸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업계 관계자는 “탈일본 하겠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이니까 일본 기업들 피해가 예상돼서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로 보이긴 한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일본이 규제 품목을 늘리면서 수출 승인과 불허를 마음대로 조절하면서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일본의 태도와는 상관없이 현재 속도감있게 추진되고 있는 소재 다변화를 실현해서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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