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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 분야에서 우리도 국산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수요 기업에서 활용도가 낮아 시장에서 쓰이지 못하는 기술이 많습니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를 계기로 우리 기업도 글로벌 가치사슬에 의존하던 기존 경영 전략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일본이 수출 규제를 단행하면서 떠들썩하던 지난달 한 연구개발(R&D) 전문가가 한 말이다. 이미 개발된 국산 기술을 생산 현장에 실제 쓰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수요 기업들이 해외 소재·부품에만 의존하는 기존 경영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도 했다.

글로벌 밸류체인은 제품 설계, 부품·원재료 조달,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는 각 과정을 세계 각국에서 조달하는 생산 방식이다. 일본에서 불화수소 등 소재를 수입해 국내 공장에서 만드는 반도체 공정도 글로벌 밸류체인의 일환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가별 역할 배분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공정이 까다로운 첨단 산업은 글로벌 밸류체인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비용을 줄이고 기술을 고도화했다.

문제는 자유무역이 위축되고 보호무역이 득세하면서 글로벌 밸류체인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대 한국 수출에 제동을 건 지금 상황이 딱 그렇다. 특히 일본이 지난달에 수출을 제한한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 불화수소는 일본 의존도가 높다. 평상시에는 일본산 제품만 쓰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양국 관계가 좋지 않으면 지금과 같이 '역풍'으로 돌아오기 쉽다.

당분간 세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 간 통상 갈등이 특히 심각하다. 미국이 지난 5월 중국 정보기술(IT) 제품에 관세를 물리면서 양국 간 통상 갈등은 본격 점화됐다. 지난 6일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양국의 통상 갈등은 환율전쟁으로 번졌다.


양국이 전방위 갈등을 일으키면 자유무역을 전제로 한 글로벌 밸류체인도 흔들리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세계 무역질서를 흔드는 사안도 남아 있다. 국내 수요 기업은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국산 소재·부품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