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배 사업자 'DNP' 눈치보다 수출규제 계기로 공급 다변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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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OLED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부품인 '섀도마스크' 국산화에 속도를 낸다. 이 회사는 수년째 섀도마스크 국산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공급사와의 관계, 국산화 개발품 성능 문제 등을 이유로 도입이 지지부진했다. 일본 정부 수출규제가 시작되면서 섀도마스크 공급 이원화 시기를 앞당기려는 노력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2007년 중소형 OLED를 생산하면서 시작된 일본 독점 구조가 11년 만에 깨질 수 있을지 눈길이 집중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국산 섀도마스크 개발 과제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에 추가 개발 과제를 지시하고 샘플 공급을 요청했다. 섀도마스크 개발 과제를 가장 오랫동안 수행하고 있는 웨이브일렉트로닉스를 비롯해 필옵틱스, 티지오테크 등이 삼성디스플레이와 협업하고 있다.

파인메탈마스크(FMM)로도 불리는 섀도마스크는 중소형 OLED를 생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스마트폰 고해상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섀도마스크다.

섀도마스크는 종이보다 얇은 인바 소재 금속이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뚫려있다. 고온 증착기에서 기화시킨 유기물이 섀도마스크를 통과해 기판에 달라붙어 화소를 형성하게 된다. 섀도마스크 두께, 형성된 구멍의 각도 등이 모두 화소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를 생산하면서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과 독점 공급계약을 맺었다. 일정 수준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섀도마스크 두께, 구멍 크기와 각도 등을 자사에만 공급하도록 DNP와 협약했다. DNP가 중국 패널사에도 섀도마스크를 공급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는 섀도마스크보다 성능이 한 단계 낮다.

DNP 외에 일본 토판도 섀도마스크를 국내외 기업에 공급한다. 성능은 DNP보다 낮다고 평가받아 시장 대부분을 DNP가 장악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업계에서는 섀도마스크를 국산화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시장 지배적인 DNP 입지를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삼성디스플레이가 섀도마스크를 국내 기업에서 적은 물량이라도 납품받아 공급망을 이원화하면 DNP가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지 않거나 공급 제한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있었다”며 “워낙 핵심 부품이어서 사실상 시장을 장악한 DNP 눈치보기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높은 기술 난도도 국산화가 어려운 이유다.

섀도마스크는 철과 니켈을 합금한 인바 소재를 사용하는데 DNP는 이 소재를 히타치메탈로부터 공급받는다. 500~600℃ 고온 증착 공정에서 처짐 현상이 없고 초박막 두께를 형성할 수 있는 최적의 수퍼 인바 소재 기술을 히타치메탈과 DNP가 보유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 방식을 적용해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다. 웨이브일렉트로닉스가 풀HD 이상급 섀도마스크를 개발했지만 열팽창계수(CTE)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관련 기업은 국산화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지부진했던 개발 과제에 최근 속도가 붙으면서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추가 개발 과제를 제안하고 모든 대안 가능성을 다시 점검하는 등 적극 변화를 모색하고 있어 새로운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