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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리스크 테이킹

발행일2019.07.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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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나 대학은 상용화를 등한시하는 문제가 있고,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도 아쉽죠. 무엇보다 국책 과제로 개발을 해 놔도 기업이 이걸 써 주는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됩니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를 계기로 소재부품 국산화 현황과 과제를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만난 전문가들의 진단은 대부분 비슷했다. 소재는 10~20년 장기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결과를 보려는 조급증, 5년마다 정권에 따라 바뀌는 연구개발(R&D) 정책, R&D와 사업화의 괴리 등이다. 그러다 보니 “소재 산업은 한국인의 DNA에 맞지 않다”는 결론도 나온다.

문제는 이번 사태에서 보듯 산업의 기초 체력이 되는 소재 기술력 없이는 막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가전·배터리 산업은 세계를 호령하지만 후방산업 생태계가 약한 고질화된 문제를 안고 공정 기술에만 의존하다 보니 단순 조립 산업으로 평가절하되기도 한다.

특정 산업을 키우려면 정부 차원에서 소재 부문부터 육성하고 안정된 원재료 공급망을 갖추는 동시에 이를 사용할 수요 시장도 함께 키워 이른바 '라인업'을 갖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경쟁력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이런 과정을 건너뛰고 전방산업만 비대해지는 비정상 구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원천 소재 개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소재를 개발하더라도 이를 써 줄 회사를 찾기가 어렵다는 토로가 나오는 실정이다. 심지어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국내 업체와 공동 개발한 소재 레시피를 중국 업체에 주고 낮은 가격에 공급받는 행태도 '관행'으로 치부되고 있다. 국내 소재 부문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자체가 '리스크'로 인식되는 이유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대체 소재는 품질이나 단가 경쟁력에서 당장 일본이나 중국산에 못 미치기 때문에 단기 실적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경영진이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소재 생태계 육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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