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18일 청와대에서 회동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어 산업 전반으로 일본 수출 규제 조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은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요청한 '제3국 중재위원회 설치' 답변 시한이다.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비롯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통한 외교 해결과 소재부품 국산화 지원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자유한국당 박맹우, 바른미래당 임재훈, 민주평화당 김광수, 정의당 권태홍 등 여야 5당 사무총장들은 16일 국회에서 만나 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을 18일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열기로 합의했다. 청와대는 여야 합의대로 회동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올 상반기 내내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두고 대치하던 여야 지도부가 한 테이블에 앉아 정국 현안을 논의한다. 이는 일본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산업계의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론을 통일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18일 회동에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 대책 마련을 위해 정부로부터 보고를 받고, 초당적 협력 방안과 국정 현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회동에는 민주당 이해찬, 한국당 황교안, 바른미래당 손학규, 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심상정 등 각당 대표들과 비서실장 등이 배석한다. 정부 측에서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배석해 여야 대표들에게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을 핵심 의제로 제시했지만 다른 논의도 제한 없이 할 수 있도록 열어 두기로 했다. 공직선거법 개정, 검경 수사권 조정,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쟁점 현안이 두루 거론되면서 회동이 과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함께 민주당과 청와대는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일본 수출규제 장기화에 대비해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최재성 당 일본경제보복대책특별위원장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핫라인을 연결해 상시 소통한다. 당청은 또 정부에 다방면의 외교적 노력과 함께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WTO 이사회에 일본 수출 규제를 의제로 제기해 국제 여론전을 통한 압박을 병행한다.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피해 증거를 수집하고 WTO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 수출 규제 조치의 문제점을 국제사회에 알린다. 일반이사회는 WTO 전 회원국 대표가 모여 중요 현안을 논의·처리하는 자리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정식 의제로 채택됐다.

정부는 지난 8일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정식 의제로 제기한 데 이어 더 높은 최고의결기구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우대국)'에서 제외하기 위한 법령 개정 의견 수렴을 마감하는 24일에 맞춰 국제사회에 여론전을 펼칠 계획이다.

정부는 일본 정부를 WTO에 제소하기 위한 법률 검토에도 착수했다.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1조1항에 따른 '최혜국 대우', GATT 11조1항에 따른 '수출제한금지'가 연관 조항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일본을 WTO에 제소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경제통상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WTO에 제소하기 위해서는 실제 기업이 피해를 봤다는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면서 “일본이 수출을 최대 90일 지연할 수 있는 만큼 WTO 제소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