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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 유목민 증가 '정부-기업에 모두 부담'

발행일2019.07.15 16:00
Photo Image<ⓒ게티이미지뱅크>

1년 일하고 최장 4개월 동안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는 생활을 반복하는 '구직 유목민' 증가는 정부와 기업에 모두 부담으로 작용한다. 사회적으로도 젊은 인력이 성장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구직급여 제도의 취지도 살리고 기업, 정부, 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의 제도 보완도 시급하다.

◇밀레니엄 세대, 직업관 변화

'구직 유목민'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대가 바뀌면서 직업관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평생 직업 인식이 강했고, 이후에도 직장은 최대한 일을 이어 가야 하는 곳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밀레니엄 세대에게 직업은 개인의 삶을 성취하기 위해 돈을 버는 도구나 수단 정도로 인식된다. 밀레니엄 세대의 직업관 변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만의 특수한 상황이 겹치면서 '구직 유목민'이 더욱 부각되는 것으로 보인다. 쉽게 일을 시작하고 쉽게 그만두는 것은 밀레니엄 세대만의 특징이지만 결국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한국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공무원 시험이나 임용고시 준비를 위해 1년씩 일하고 쉬기를 반복하는 일이 생긴다.

물론 전형적인 밀레니엄 세대 특징처럼 좀 더 잘 쉬기 위해 1년을 일하는 사람도 있다.

◇늘어나는 구직급여 부담

구직 유목민이 늘면 구직급여 부담도 증가한다. 실제로 국내 구직급여 지급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구직급여 지급액은 올해 3월 6397억원에서 4월에는 사상 처음 7000억원을 돌파한 7382억원을 기록했다. 5월에는 다시 7587억원으로 늘었다. 6월 들어와 소폭 감소한 6816억원을 기록하긴 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는 20% 이상 증가했다. 지금처럼 운용하면 수년 안에 구직급여 재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직급여는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가 비자발적인 이유로 실직했을 때 받는다. 그러나 구직 유목민은 이사 등으로 수급 요건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구직급여 도입 목적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반복을 거듭하는 수급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등 더욱 정교한 운용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당 등을 올리는 것도 구직 유목민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인력 확보 어려운 기업

기업도 구직 유목민 증가에 따른 피해가 크다. 가장 큰 피해는 안정적으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가 1년 일하고 그만둘지 장기적으로 일할지 알 수 없다. 특히 그동안 젊은 인력 유입이 제한적이었던 생산직은 우수한 국내 인력 유입을 마다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생산직에 대졸 인력이 지원하면 취업 성공률이 높다.

우수 인력을 확보해도 1년 만에 그만두면 기업으로서는 손해다. 기업은 인력을 채용하면 교육과 훈련이라는 투자 과정을 거쳐 생산 현장에 투입한다. 그러나 직원 생산성이 올라갈 때쯤 그만두는 상황을 맞는다. 새로 인력을 구할 수 있지만 새로 구한 인력도 1년 만에 그만두는 일이 생긴다. 결국 투자만 하고 숙련된 인력은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소프트웨어(SW)나 게임 개발 역시 마찬가지다.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간에 직원이 퇴사하면 업무 진행에 차질이 생긴다. 새로 직원을 뽑아도 기존 업무 이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업계 한 최고경영자(CEO)는 “구직 유목민 문제를 보면 지금 구직급여 제도가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부분이 있음을 보여 준다”면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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