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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K로 시작되거나 끝나는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는 삼진아웃 확률이 월등히 높다.” 황당한 주장으로 보이지만 실제 연구를 통해 도출된 결과다.

심리학에서 '이름 효과'라고 불리는 이 이론은 인간이 무의식 속에서 자기 이름과 유사한 문자로 된 직업과 행동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름이 곧 운명이라는 고대 로마인의 격언이 오늘날 재평가 받고 있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이름은 회사와 제품, 특정 집단 이미지를 대변한다.

최근 세계 마케팅 시장에서 이름값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건 '인플루언서'다. 인플루언서들은 블로그, 영상, 사진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생산해 내면서 마케팅 축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마케팅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 후원을 받은 세계 인플루언서 포스트 가운데 약 49%가 미국에서 게시된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만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300개 넘게 등장했다. 그 가운데 100여곳은 8500만달러(약 1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와 공급 균형도 견고해지고 있다. 미국 마케팅 업체 린치아가 지난해 마케터 1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2%가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했다. 그 가운데 92%가 효과를 봤다고 답했다.

수요가 증가하면서 공급 담당 인플루언서도 늘고 있다.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기교육 열풍이 불고 있을 정도다. 1주 수업료가 375달러(45만원)에 이르지만 학부모가 더 적극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만 할 수 있다는 틀도 깨지고 있다. 실존 인물이 아니라 컴퓨터그래픽(CG)으로 탄생한 가상 인플루언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 스타트업이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는 메가 등급에 해당하는 160만명 이상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흐름도 이와 유사하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는 다름 아닌 중국이다. 중국에서 '왕훙'이라 불리는 인플루언서들은 유통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일반에 많이 알려진 인플루언서들이 체험에 기반을 둔 간접광고(PPL) 방식의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면 왕훙들은 실시간 방송을 통해 상품 판매에 직접 나서고 있다. 시간당 주문 건수가 평균 1000건이 넘을 정도다.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 지역의 변화도 눈에 띈다. '모바일 퍼스트'인 동남아 국가들은 유독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 시장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높은 휴대폰 보급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률로 인해 잠재된 인플루언서가 많고 해외 기업 진출도 활발, 마케팅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란 단어가 대중화된 지 불과 3년 만에 글로벌 마케팅 시장에서 생겨난 크고 작은 변화다. 새로운 변화에는 항상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다. 영향력이 커진 만큼 책임과 의무의 무게도 무거워진다. 몇몇 인플루언서들은 최근 연이은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대중의 싸늘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인플루언서란 단어를 누가 처음 만들었고 어디서 처음 사용했는지도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현재 마케팅업계에서 가장 많이 부르는 이름이란 것이다.

제대로 이름값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글로벌 마케팅 시장에서 '인플루언서 한류' 바람이 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대규 옐로스토리 공동대표 dkchang@yellosto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