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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혁신성장과 규제 샌드박스 그리고 빅데이터

발행일2019.07.15 17:00
Photo Image<나지원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법학박사>

소득 주도 성장은 경제 성장을 위한 정부 역할(특히 재정)에 방점을 두는 반면에 혁신 성장 주체는 민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을 위해 단순히 기업 또는 창업을 하려는 개인에게 기업가정신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쉽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법 및 제도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정부에 있고, 혁신을 가로막는 낡은 과거 규제를 혁신할 정부의 책무가 강조되고 있다.

혁신성장 정책은 정권 초기에 소득 주도 성장이나 공정경제 이슈에 밀려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골자로 한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산업융합촉진법, 정보통신융합법, 지역특구법 등 규제 혁신 관련 법령이 개정돼 올해 시행되면서 궤도에 본격 오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규제 샌드박스란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해 주는 한시 제도다. 흔히 관치로 일컬어지는 우리의 각종 산업 규제는 관련 법령이나 규정에 허용된 것만을 가능한 것으로 보는 '포지티브 규제' 전형으로 평가돼 왔다. 그렇다 보니 그동안 반대 개념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면 허용하는 것으로 보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규제 개혁 핵심으로 강조돼 왔다. 네거티브 규제와 규제 샌드박스 개념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규제 샌드박스는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에 의한 소비자 피해 등 위험성을 줄이고 거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에 의한 모니터링과 객관 평가가 지속돼야 한다. 특히 규제 샌드박스와 관련된 부처에서는 규제 특례 또는 임시 허가 기간 이내라 하더라도 필요한 경우 관련 규제를 먼저 정비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로 불리는 빅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는 PC, 인터넷, 모바일 기기 등이 일반화된 디지털 시대에 생성되는 수치·문자·영상 등을 포함한 대규모 데이터 자료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토지·노동·자본을 생산의 3요소로 보고 있지만 미국의 경제학자 폴 로머는 신성장 이론을 통해 재료, 사람, 아이디어라는 새로운 생산 3요소가 이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편 사례로 요즘에는 땅이나 인력, 원료나 자금이 없어서가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서 물건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과거와 달리 상품과 서비스를 훨씬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아이디어는 고전 의미의 지식이나 기술 사상에 더해 컴퓨터 코드 형태로 저장이 가능한 소프트웨어(SW), 콘텐츠, 데이터베이스(DB) 등을 포괄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의 거대 집합 내지 총합체에 해당하는 빅데이터는 혁신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서 그 자체가 재료도 되면서 아이디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성이 더욱더 강조되고 있다.

현재 빅데이터 관련 규제 대표 법령으로는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을 들 수 있다. 국회에 묶여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개인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익명 정보에 비해 데이터 분석력을 높인 가명 정보 개념을 도입하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처럼 개인 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가공해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한 뒤 이 가명 정보를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 개발 등 산업에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산재된 법 체계를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가명 정보의 금융 분야 빅데이터 분석과 이용을 위한 법제도 근거를 명확히 하고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통계 작성(시장조사 등 상업 목적 포함), 연구, 공익 기록 보존 등을 위해 가명 정보를 신용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빅데이터 분석 및 이용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정부와 국회는 빅데이터와 관련된 산적한 규제 혁신 관련 입법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빅데이터는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 분야에서도 다양하게 축적돼 있기 때문에 공공 빅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 신사업 및 창업 아이디어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독점 사업자에 의한 빅데이터 집중과 그 결과로 예상되는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개별 시장(통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서 더 나아가 경쟁 당국의 경쟁법 집행을 통한 시장 구조 대응 방식도 함께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나지원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법학박사 najw@hmp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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