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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승진 충북대학교 교수.

'생태와 문화가 살아있는 풍요로운 강', 이명박 정부 4대강 살리기 사업 슬로건 가운데 하나다. '자연성 회복', 문재인 정부 4대강 로드맵의 골조다. 약 10년 시차를 두고 추진되는 이 두 정책은 서로 어떠한 관계에 있을까. '연장선·뒤집기·보완·원상회복?' 갈등은 뜨겁고, 충돌은 일상이다. 똑같이 하천의 건강하고 미래지향적 관리를 목표로 한다면서 양자는 왜 이토록 어긋난 길을 걷게 된 걸까? 필자는 이수와 치수 중심의 현실가치와 수질·생태 중심의 미래가치 간 부조화 내지는 미절충에서 그 답을 찾는다.

하천의 주요 기능은 크게 이수, 치수, 환경으로 나눌 수 있다. 그간 하천 관리는 이수, 치수 중심이었다.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와 물 사용량 증가에 대응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해서였다. 하천을 준설하고 다기능 보를 세운 4대강 사업도 이러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로 인한 환경과 생태 측면의 부작용이나 논란의 촉발은 큰 아쉬움이다.

“자연은 부서진 것이 아니면 고치지 말아야 한다”는 콘돌프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과도한 개발은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거나 악영향을 초래하기 쉽다. 하천 기능을 극대화하려면 보전을 전제로, 보다 효율적인 이용 및 관리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하나의 과제는 참여주체 다변화를 인정하는 일이다. 수질, 생태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시민단체, 주민의 참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환경에 대한 충분한 고려, 친수기능 증진을 위한 바탕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과학적인 연구와 시민단체의 객관적인 검증, 주민참여 이 셋이 조화를 이룰 때 투명한 정책 또한 가능하다.

다른 나라의 비슷하면서 앞선 사례에서 배움과 도움을 구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말 '우리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주최자는 4대강 조사평가단전문위원회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하천복원을 위한 해외의 댐 철거사례였다. 미국의 엘와댐(1927년 준공, 2014년 철거)과 일본의 아라세댐(1955년 준공, 2018년 해체)이 소개됐다.

두 댐의 철거는 해당 정부, 전문가, 주민 간의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약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엘와댐은 해체비용(약 305억원)의 약 12배에 이르는 복원비용(약 3676억원)이 투입된 점이다. 미국의 엘와댐과 우리의 4대강 보를 같은 잣대로 비교·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선진국의 물 관리 정책방향을 새롭게 다시 보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우리 현실에서 다기능보를 빼놓고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꾀하는 일은 이미 불가능하다. 정말 중요한 과제는 사람과 시간과 과학의 조화를 이루는 일이다. 서두르기보다는 다양한 주체들과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장기적, 과학적 모니터링이 이뤄져야 한다. 보뿐만이 아니라, 본류와 지류 모두를 고려한 유역차원의 폭넓은 고민도 꼭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곧 구성될 '국가 및 유역 물관리위원회' 역할이다. 현안과 장래의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물 분야 최상위 기구로서 합리적, 발전적 결정에 앞장서 주리라 기대한다.

자연성 회복에 대한 공감과 보 처리를 둘러싼 이견이 병행·공존하는 상황이다. 현실가치와 미래가치 간의 조화와 절충을 위해서는 참여주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열린 마음이 특히 중요하다. 지금 우리는 미래 물 관리의 시험대에 서있다. 물관리 일원화 1년을 맞아 '생태와 문화가 살아있는 풍요로운 강'과 '자연성 회복' 병립과 융합의 길을 찾아 나설 것을 주문한다.

맹승진 충북대학교 교수 maeng@chungb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