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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UAE 기업간 바라카원전 정비사업계약 체결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부터 운영지원계약·핵연료공급·정비사업까지 모두 수주했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계약으로 한국 원전 기술력을 세계에 알렸고,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원전 강국 위상은 변함없다는 점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다. 정부도 UAE와 원전 전(全) 주기에 걸쳐 협력체계를 완성했다는 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바라카 원전 운영사인 나와에너지는 한수원·한전KPS 컨소시엄이 원전 정비계획 수립·이행을 포함한 정비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한수원을 포함한 우리나라 협상단은 UAE 아부다비에 장기간 체류하며 나와 측과 계약에 관한 논의를 이어왔다. 미국 얼라이드파워·영국 두산밥콕 등이 정비사업 수주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약 불확실성이 커지기도 했지만, 결국은 우리 몫이었다.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원전 건설을 맡은 업체가 운영지원·핵연료공급·정비사업까지 수주하는 게 통상적이라는 게 전문가 견해다. 특히 'APR 1400'은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3세대 가압경수로 원전이기 때문에 정비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AE가 계약기간을 다소 짧은 5년으로 정하고 경쟁 업체를 끌어들인 점은 분명히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초 업계에서 기대했던 3조원 매출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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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한수원·한전KPS컨소시엄, 두산중공업과 UAE 바라카 원전운영법인 나와에너지와의 5년간 정비사업계약체결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원했던 '백(100)'을 가져오지 못하고 '오십(50)'을 가져왔다 하더라도 정부와 한수원·한전KPS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평가할 순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원전 기술을 전수해 준 미국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계약 우위를 선점한 노력과 성과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에너지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가 나와 측과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을 5년 체결한 것 이외에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앞으로 선진국과 경쟁해야하는 입장이라면 더욱 심기일전해 기대 이상 성과를 이끌어내는 과제가 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가 UAE 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한 지 10년이 지난 상황에서 정비사업 일부까지 확보한 것은 사업을 완성하기 위한 8부능선을 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남은 2부능선을 어떤 전략으로 넘어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