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이 총집결한 미래형 레스토랑을 보기 위해 서울 역삼동 강남N타워를 찾았다.

이 건물 지하 2층에서 축산물 유통 전문 스타트업 육그램과 외식기업 월향이 손잡고 문을 연 '레귤러식스'가 13일 개소식을 열었다. 로봇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10가지 넘는 기술로 무장한 첨단 레스토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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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드립 커피 로봇.(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가게 내부로 들어갔다. 잘 정돈된 푸드코트가 연상됐다. 기존 식음료 위탁 운영과 비슷한 구조다. 공용면적 기준 3300㎡(약 1000평) 규모다. 6가지 외식 브랜드가 입점했다. 월향(퓨전한식), 산방돼지(돼지고기구이), 조선횟집(회), 평화옥(냉면·양곰탕), 라운지엑스(로봇카페), 육그램 에이징룸(정육점), 알커브(VIP 공간)로 채워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핸드드립 커피 로봇이다. 기존 로봇과 달리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사람과 협업해 커피를 만든다. 실제 바리스타를 그대로 흉내 내듯 로봇 팔이 원두커피를 천천히 내렸다.

로봇이 건네준 커피를 마셔봤다. “원두별로 드립 방식을 달리하면서 물과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최고의 맛을 낸다”고 레귤러식스 관계자가 설명했다.

이 로봇은 3분마다 한 잔씩 커피를 내릴 수 있다. 잔당 가격은 시중 커피값 절반 수준이다.

자율주행 서빙 로봇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갓 구운 빵을 머리 위 선반에 싣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일일이 나눠줬다. “빵셔틀입니다. 무료로 맛보세요”라는 제치 있는 멘트도 날렸다. 글을 음성으로 바꾸는 텍스트투스피치(TTS) 기술을 접목했다. 미리 입력한 대본을 바탕으로 상황별 맞춤형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AI 알고리즘이 적용됐다.

가정용 220볼트(V) 전기로 충전할 수 있다. 완충 후 최대 8시간 주행 가능하다.

세계 최초 기술도 펼쳐졌다. 레스토랑 가운데 위치한 육그램 에이징룸에는 대형 냉장고와 노트북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노트북에는 육류를 숙성시키는 소프트웨어(SW)가 탑재됐다. 냉장고 내부 온·습도를 조절, 고기 맛을 극대화한다. 숙성 고기 장인 노하우를 데이터화한 결과다. AI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기를 관리한다.

레스토랑 전체 디자인에도 신경을 썼다. 방과 마루가 조합된 대형 한옥을 연상케 한다. 가게를 구분하는 것보다 연결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 건축사무소 UDS가 디자인·설계 작업에 참여했다. 이원제 상명대학교 교수는 총괄 브랜딩과 공간 기획 자문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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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그램은 2017년 12월 창업했다. 당일 배송 미트퀵, 정육 직구 마장동소도둑단 서비스를 선보였다. 월향은 직접 양조한 막걸리를 파는 한식주점이다. 2009년 12월 설립됐다. 현재 직영 8개 브랜드 총 1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레귤러식스 14일 일반에 정식 오픈한다. 이달 중순에는 블록체인 결제 시스템도 도입한다. 기술 준비는 끝났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일부 암호화폐를 레귤러식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포인트 형태로 전환, 음식값 지급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음식 맛 평가를 남기면 포인트로 돌려주는 블록체인 서비스도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다.


이종근 육그램 대표는 “AI와 로봇, 블록체인 기반 실험적 시도를 경험할 수 있다”며 “이른바 '인생고기'를 레귤러식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