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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 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하면서 세계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짙어졌다”면서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고 진단했다.

통화 전문가들은 한은이 금리 인하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해석하고 빠르면 4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힌 데 이어 5월 말에도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며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해 왔다. 한은이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수정할 가능성마저 내비쳤다. 기존 전망치는 2.5%이며, 수정 전망치는 다음 달 18일께 발표한다.

한은의 입장 변화는 경기가 그만큼 엄중해졌음을 시사한다. 이 총재에 앞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도 9일 간담회에서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진 상황에서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소지”가 있다며 공식적으로 경제가 좋지 않음을 시인했다. 경제 수장의 멘트를 빌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각종 경제지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최악의 경기 한파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규제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 경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신성장 동력 발굴, 고부가 가치 산업 같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경제는 타이밍이다. 자칫 준비 시기를 놓쳐 경기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빠지지 않을까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