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박지성 통신방송부 기자

“페이스북의 인터넷 접속 경로 변경은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와 국내 통신사 간 지위 역전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봐야 합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간 소송전을 이같이 정리했다.

인터넷 초기에는 통신사(ISP)가 CP에 비해 우월적 지위가 분명했다. 통신사가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하면 인터넷 포털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했다. 팀 우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2003년 '망중립성' 개념을 제안한 것은 통신사에 CP의 자유로운 콘텐츠 전송을 보장하는 보호 장치였다.

그러나 네트워크 품질을 결정하는 주체는 통신사에서 CP로 변경됐다.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바꾸자 동영상 서비스 속도가 저하됐다. 이용자들의 민원은 통신사에 집중됐다. CP가 네트워크 품질을 결정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CP의 품질 관리 책임을 인정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무단 변경해 고의로 이용자 피해를 유발했다며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서비스 품질에 대한 CP의 관리 책임을 세계 최초로 규정했다는 의미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발생할 CP와 통신사 간 갈등의 판단 준거가 마련됐다.

페이스북은 4억원이 보잘것없는 금액이겠지만 방통위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네트워크 품질 관리 책임을 인정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책임을 피해 가기 어렵다는 속내가 숨어 있다. 판례는 페이스북을 넘어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의 네트워크 품질 관리 책임 문제로 적용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이 1년 2개월 동안의 고심 끝에 다음 달 25일 페이스북과 방통위 소송전에 대한 1심 판결을 한다. 시장 환경과 사업자 간 우월적 지위 변화를 어떻게 분석하느냐가 관건이다. 전 세계의 규제 기관, 방송통신, CP들의 눈길이 쏠린다. 판결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