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합동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향후 대책이 11일 발표됐다. 의미 있는 조사였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원인 규명이나 보상 대책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 세계가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해 온 ESS다. 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빠르게 발전했다. 국내 ESS 보급은 전기요금 할인 특례,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지급 등 각종 지원책에 힘입어 2017년부터 급성장했다.

2013년 30개에 불과하던 사업장 수는 지난해 947개로 급증했다. 그러나 ESS 설비 운영·관리 체계는 이런 양적 성장을 따라잡지 못했다. 최근 1년 9개월 동안 23건의 화재사고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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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세계 최대 규모의 주파수조정(FR)용 ESS로 주목을 받았던 48MW급 경산변전소. 이 변전소의 ESS설비는 2018년 5월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6개월 동안 가동 중단 사태를 겪으면서 진행된 조사에도 이날 사실상 직접적 사고 원인을 직시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위원회가 사고 원인으로 제조 결함, 설치 부주의, 관리·운영 부실 등을 거론한 것은 사실상 ESS업계 전반을 문제로 지적한 셈이다. 정확한 원인 규명 없이 발표한 향후 대책이라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ESS의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향후 발전 방향까지 제시한 것은 나름대로 정부의 고민이 반영된 조치로 읽힌다.

ESS는 우리나라의 강점이고 육성해야 하는 미래 산업이다. 성장통을 겪었지만 미래 성장 산업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고 앞으로 나타날 문제는 최소화하면서 좋은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앞으로도 ESS에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 그렇다고 손놓고 ESS 산업 발전 가능성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산업 전반에 걸친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불투명한 시장 상황을 개선하고 더 나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개선된 감시와 육성책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