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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몰입과 중독의 경계

발행일2019.06.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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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마찬가지로 원하는 일을 할 때 자발적이고 의욕이 넘친다. '도시어부'를 꿈꾸는 낚시광들은 바다와 강에서 손맛을 느끼며 희열을 맛본다. 골프광 역시 이른 새벽에 먼 길을 나선다. 경기도 과천 경마장도 주말만 되면 만원을 이룬다. 도시에 자리 잡은 화상 경마장 주변도 베팅족으로 넘쳐난다. 과거 청소년과 유소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구광들은 잠자리에 들면 천장에 당구대가 그려진다. 어릴 적 오락실 추억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기성세대는 '너구리' '갤러그' 게임을 하면서 자랐다. 오락실에서 한 번쯤 부모님 손에 끌려나온 기억은 없는가.

인간이 좋아하는 일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유희를 즐기려는 것은 타고난 욕구 가운데 하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클럽을 찾는 20대 행위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인간은 유희를 즐기는 존재다.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정의한 '호모 루덴스'가 그것이다.

그런데 지난달에 재미와 즐거움을 좇다가는 자칫 중독자가 될 수 있는 결정이 내려졌다.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등록된 것이다. 게임 장애가 정신질환이 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72차 총회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물론 질병으로 공식 분류됐다고 해서 국내에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WHO 질병 분류 코드 ICD-11은 권고 사항이어서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내용을 등록하면 된다. 일단 게임 장애는 국내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2025년께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일차 결론은 내려졌다.

지금부터는 우리 사회의 생산적 논쟁이 필요하다. 어떠한 정치적 의도나 정무적 판단은 배제돼야 한다.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한 가치중립적인 결론 도출이 필요하다. 게임 이용자에 대한 관리, 게임 산업에 대한 통제 메커니즘으로 접근하려는 의도는 없는지 확인도 요구된다.

진정으로 국민 정신 건강을 위하는 해법을 마련하자. 한창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게임중독자라는 낙인을 찍지 않기 위해 대책을 촘촘하게 수립해야 한다. 단순히 즐거운 재미를 추구한 것뿐인데 중독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건 너무 하지 않은가. 청소년 인격권과 자기결정권도 존중돼야 한다. 마약, 알코올 같은 물질 중독과 동일한 잣대는 가혹할 수 있다.

사회는 변화한다. 여가와 레저문화도 마찬가지다. WHO의 결정은 존중해야 하지만 5∼6년 후 게임 질병코드 등록을 바라보는 시선은 바뀔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편견은 없는지 살펴보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학부모, 특히 대다수 어머니들은 게임을 공부의 적으로 바라본다. 공부할 시간을 소모시키는 '필요악'이다. 이에 대한 게임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

몰입과 중독의 경계는 무엇인가. 어떤 기준으로 무 자르듯 재단이 가능한가. 탁월함은 평범함과 거리를 둔다. 본인이 잘하고 즐기는 것을 한계 없이 가 보는 것이 비정상으로 간주돼선 안 된다. 미치도록 열중하고 몰입해서 최고 경지에 오르는 역사 인물이 많다. 이들은 이른바 '미쳐야 미친다'라는 문구를 실천했다. 헝가리 출신 미국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말하는 몰입(flow)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사회경제적 성취도 맛본다. 마라토너가 극한의 고통을 지나면 어느 순간 희열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19년 봄에 결정된 일련의 정책이 또 다른 광기의 역사가 되지 않길 바란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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