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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 열차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다국적 정보통신(IT) 기업에 대한 새로운 세금 부과 기준이 2020년 도출될 예정이다.

주도권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쥐고 있다. 쟁점은 '이익분할법'이다. 다국적 기업 해외 사업장별 마케팅 무형자산을 모두 합친 뒤 국가별 기여도에 따라 과세권을 나누는 방식이다.

찬반이 뜨겁다. 계산이 복잡해 현실성이 없다는 반대 의견이 쏟아진다. OECD도 이같은 발발을 의식했다. 최근 수정안을 선보였다. 이익분할법에 대한 강행 의지를 확인시켜준 셈이다.

OECD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 OECD가 최종 결론을 내게 되면 이 기준에 맞춰 조세조약과 내국세법 개정 작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아직 숙제가 많이 남아있다. 이익분할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다국적 기업 수익 구조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매출 파악조차 버거운 지금 상태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익분할법 밀어붙인 OECD

OECD는 올해 초 '디지털 산업 과세 보고서 초안'을 공식 발표했다.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다국적 IT 기업에 대한 세금(디지털세) 부과 기준을 찾기 위해서다. 현재 초안을 안건으로 회원국 간 공청회를 개최한 뒤 보고서를 정교하게 가다듬고 있다. 2020년 최종 보고서를 낼 목표다.

핵심 쟁점은 고정사업장과 국가별 소득 배분 문제다. 현행 세법은 서버가 위치한 지역을 고정사업장으로 보고 법인세를 매긴다. 다국적 기업은 세율이 낮은 지역에 서버를 두고 절세를 해 왔다. 국가 간 세율 격차를 이용한 것이다.

OECD는 고정사업장이 다국적 기업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고정사업장을 대신할 세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서버와 같은 물리적 장소와 무관하게 경제적 이득이 실제 발생한 지역에서 세금을 걷도록 할 방침이다.

먼저 서비스 사용자 소재지 중심 과세 체계를 설계했다. 회사 가치가 사용자 참여도에 따라 높아지는 플랫폼 사업 특성을 감안했다. 마케팅 무형자산 개념도 처음 도입했다. 광고, 마케팅 활동이 벌어진 곳을 가상의 고정사업장으로 보겠다는 뜻이다.

중요한 경제적 행위가 일어난 지역에 과세권을 주는 방안도 소개했다. 영업·마케팅 직원 수, 광고 노출 규모, 플랫폼 사용자 수 등을 종합 분석해 중요성을 판단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마케팅 무형자산을 두고는 논란이 인다.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마케팅 무형자산을 구하는 것은 물론 집계 후 이익분할법을 적용하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비판이다. 계산 방법이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이다. OECD 내부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기준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OECD는 회원국 우려를 전면 수용했다. 새로운 이익분할법을 발표했다. '수정된 잔여이익 분할법'이라고 부른다. 최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세계 주요 20개국(G20)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G20은 OECD 보고서를 토대로 내년 1월 큰 틀의 합의를 끌어낼 계획이다.

수정된 잔여이익 분할법은 잔여이익을 나누는 잣대를 못박았다. 서비스 사용자 수, 마케팅 무형자산, 중요한 경제적 실체가 기준으로 처음 등장했다. OECD는 회원국과 지속 논의해 개념을 구체화할 구상이다.

잔여이익은 다국적 기업 모회사가 수행하는 연구개발(R&D)과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마케팅 활동 등을 포함한 통상 이익 외 나머지 수익을 말한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있다. 다국적 기업별 전체 수익을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정보가 비공개된 상황에서는 사실상 새 제도 도입이 불가능하다.

OECD가 운영하는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 프로젝트와 연결해 추진돼야 한다. 각 국가가 자체 수집 중인 통합·개별·국가별보고서를 활용, 기업별 수익구조 파악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임재광 법무법인 양재 회계사는 “고정사업장 기준을 광범위하게 해석하려는 OECD 의도에 따라 국내 실정에 맞는 내국세법 개정 작업을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 기업 역시 해외 진출 국가별 BEPS 규정을 면밀히 검토,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OECD 경쟁자 국제연합(UN)

디지털세 부과 방안을 찾는 데 OECD가 고전하는 사이 국제연합(UN)이 칼을 빼 들었다. 자체 해법을 제시, 디지털세 분야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이다. UN도 OECD처럼 디지털세 주제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원천세 도입을 제안할 전망이다. 원천세는 그동안 서비스 분야에 적용돼 왔다. 개발도상국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가동됐다. 로열티, 개발 서비스 수익에 대한 세금을 선진국에서 독점하는 현상을 누그러뜨린다. 세금 중 일부를 개발도상국과 나눠 갖도록 한다.

거래 단계에서 세금을 걷는다는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다국적 기업 본사는 해외 지사로부터 서비스 사용료를 받는다. 이때 사용료 중 일부를 해외 지사 관할 과세당국에 납부하도록 한다.

UN은 디지털 거래에 대해서도 원천세를 물릴 방침이다. 국가 간 과세 균형을 맞추자는 의도를 두고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이중과세를 조정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UN은 현재도 자체 조세조약 모델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국가 80%가 OECD 모델을 채택했지만 나머지 20%는 UN 조항을 따른다. 미국이 UN 진영에 속해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