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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홈쇼핑, 황금채널 확보戰...인기번호를 사수하라

발행일2019.06.1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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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업계는 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주요 편성 채널을 차지하기 위한 양보 없는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1500만가구 가입자를 확보한 국내 최대 유료방송 IPTV의 정기 채널 개편 시즌에는 인기 번호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한층 치열하다.

주요 홈쇼핑 사업자는 시청자의 '재핑(채널 전환)'이 잦은 지상파, 예능 등 인기 채널 사이 번호를 차지하기 위해 최대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쏟아붓는다. 이미 원하는 번호를 확보한 홈쇼핑은 자리를 사수하는데 총력을 쏟는다. 경쟁사를 제치고 '명당'에 자리를 잡으려는 홈쇼핑 업계는 총성 없는 전쟁 중이다.

Photo Image<ⓒ게티이미지뱅크>

◇채널 번호가 1년 농사 좌우한다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는 통상 방송 채널을 S·A·B·C 4개 등급으로 구분해 홈쇼핑 사업자에 제공한다. S급은 앞뒤로 지상파 채널이 포진한 번호, A급은 20번 이내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인기 채널 사이다. B급은 인기 채널 사이를 제외한 20번 이내, C급은 그 외 20번 밖 채널이다.

그동안 홈쇼핑 업계는 S급 번호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집중했다. 상대적으로 시청률 높은 지상파 사이에 자리를 잡고 다른 채널로 이동하는 시청자를 잡는 이른바 '재핑 효과'를 노렸다. 채널 전환 시 중간에 위치한 채널 시청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주로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대기업 계열 홈쇼핑 사업자가 유료방송 S급 채널을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달 기준 KT IPTV에서는 CJ오쇼핑(6번), GS홈쇼핑(8번), 현대홈쇼핑(10번) 등이 A급 채널에 포진했다. SK브로드밴드에서는 CJ오쇼핑(6번), 현대홈쇼핑(8번), 롯데홈쇼핑(10번)이 지상파 사이를 확보했다. LG유플러스는 GS홈쇼핑(6번), CJ오쇼핑(8번), 현대홈쇼핑(10번)을 각각 S급 채널에 편성했다.

최근에는 'A급' 채널을 노리는 홈쇼핑도 늘었다. 지상파 방송 사이 S급 보다 송출수수료가 저렴한 것은 물론 종합편성(종편) 방송, CJ ENM 계열 채널이 다양한 방송 콘텐츠로 높은 시청률을 확보하면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투자 금액 대비 높은 재핑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S급과 A급 채널 송출수수료 요율은 각각 전체 판매액 대비 15%와 10% 수준이다. S급서 A급으로 이동하면 최소 수십억원에 달하는 송출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유료방송은 채널 개편 전 특정 번호를 희망하는 복수 홈쇼핑 사업자와 송출수수료를 비롯한 협상을 벌여 편성 여부를 결정한다. 더 많은 송출수수료를 제시하는 사업자가 번호를 차지하는 일종의 비공개 입찰 방식이다. 송출수수료 차이는 S~C 등급에 따라 최소 수십억원대다. 유료방송은 연 평균 1회 채널 개편을 단행한다. 채널 번호가 홈쇼핑의 1년 사업 실적을 좌우하는 셈이다. 홈쇼핑 사업자가 원하는 채널 번호를 얻기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다.

◇한정된 채널...치솟는 송출수수료

홈쇼핑 사업자간 채널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유료방송에 지불하는 송출수수료도 치솟고 있다. 인기 번호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사업자가 속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채널 번호가 한정된 방송 산업 특성 상 한 사업자가 특정 채널을 차지하면 기존 사업자는 밀려날 수밖에 없다. 케이블TV 수준 대우를 원하는 IPTV의 인상 기조도 송출수수료 증가를 부추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내 유료방송사업자의 홈쇼핑송출수수료 총 매출은 1조4093억원이다. 전년 1조2561억원에서 12.2% 상승했다. 지난 2009년 4092억원과 비교해 1조원 이상 늘며 역대 최대 규모를 형성했다. 작년에는 IPTV와 홈쇼핑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요율 인상에 합의한 것을 감안하면 1조5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올해는 지난 3월 경부터 KT를 시작으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KT는 이례적으로 각 홈쇼핑 사업자에게 편성을 희망하는 채널 번호와 송출수수료를 제안 받았다. LG유플러스도 KT와 동일한 방식으로 송출수수료 협상에 나섰다.

이 같은 시도는 최근 IPTV와 홈쇼핑이 '송출수수료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는 등 수년간 지속된 갈등을 봉합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정감사,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등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 업계는 올해 분 송출수수료를 한층 깊게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경쟁사가 원하는 채널 번호와 송출수수료 규모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낮은 금액을 제안하면 자칫 원하는 채널 번호를 빼앗길 수 있다. 업계는 사업자 별 IPTV 송출수수료 인상 요율이 10~20%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과열되는 번호 쟁탈전...가이드라인 절실

홈쇼핑 업계는 시장이 개화한 1995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치열한 채널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과열되는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채널연번제, 채널순환제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됐지만 번번이 업계 반발에 무산됐다.

실제로 2000년대 초 위성방송에서 주요 홈쇼핑 채널을 200번대에 편성한 연번제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홈쇼핑 매출이 케이블TV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치는 등 실적이 감소하면서 철회했다. 홈쇼핑과 유료방송 내에서도 실적 감소를 무릅써야 하기 때문에 의견이 엇갈린다.

KT는 2012년 7월 '채널순환제'를 시험 도입했다. 홈쇼핑 사업자들이 일정 기간 지상파 방송 사이 S급 채널을 송출수수료 경쟁 없이 공유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모든 사업자에 동일한 송출수수료가 부과되면서 업계 부담이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S급 이외에 편성돼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을 지불한 사업자는 오히려 상향 조정된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양 업계가 합의한 '협상 가이드라인'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한국IPTV방송협회는 지난해 10월 한국TV홈쇼핑협회와 한국T커머스협회에 송출수수료 등에 관한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IPTV와 TV홈쇼핑이 소통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하자는 것이 골자다. 양 측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정부를 비롯해 학계, 유관단체 등 외부 의견 수렴 절차를 병행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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