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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디지털정부로 대전환을 이루자

발행일2019.06.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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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자정부는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전자정부의 글로벌 리더십은 최근 흔들리고 있다. 전자정부 시스템의 수출액도 많이 떨어졌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시스템을 부지런히 벤치마킹하던 후발국들이 에스토니아등 신흥 디지털 강국으로 발걸음을 돌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그동안 축적해 놓은 자산(stock)으로 체면을 유지하고 있으나, 성장의 흐름(flow)이 정체되어 버린 형국이다.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전자정부의 태생적 한계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전자정부는 아날로그 시대의 행정체계와 종이 기반 업무 프로세스를 그대로 전산화·온라인화한 것이다. 행정전산화를 통해 모든 정보를 전산시스템에 보관해두고서도, 업무처리 절차는 모든 정보가 종이에만 보관되던 시절의 관행을 여전히 따르고 있다. 정보시스템을 조회하는 것만으로도 거의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굳이 민원 구비서류를 온라인으로 발급·출력하여 제출하도록 한 관행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전자정부 시대에는 1,500종의 민원서류를 온라인으로 발급한다는 것만으로도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정부의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에 맞게 재설계하면 민원서류 발급 자체가 전혀 불필요하게 된다. 이게 OECD에서 권고하고 있는 디지털 정부 개념이다. 정부시스템을 프로세스 설계단계부터 디지털 기반으로 구축하여 국민에게 통합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전자정부를 디지털정부로 업그레이드하지 못하는 것이 전자정부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정부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 기반으로 재설계(Digital by Design)하면 어떤 놀라운 변화가 생길까? 그 변화는 전자사전과 디지털사전의 차이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전자사전이 기존 종이사전을 온라인화한 것이라면, 디지털사전은 위키피디아처럼 출발부터 인터넷으로 만들어진 사전이다. 세계최대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 전자사전은 표제어 12만개에 5,500만개의 단어를 수록한다. 브리태니커 사전은 증보판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수정 보완이 어렵다. 반면 위키피디아는 언어별로 292개 사전이 운영된다. 영어 표제어만 580만 항목에 33억4천만 단어의 정보를 담고 있다. 전 세계 이용자들의 참여로 실시간 갱신되는 것은 물론이다. 전자사전은 디지털사전의 다양성, 신속성, 유연성을 도저히 쫓아갈 수 없다. 마찬가지 이유로 전자정부는 디지털정부의 혁신적 에너지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분절적, 수직적 질서를 0,1,0,1 코드로 수평적으로 해체하고 통합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정부는 정부혁신을 위한 결정적인 수단(enabler)이다. 한마디로 '디지털 정부 없이 정부혁신 없다!'문재인 정부는 정부혁신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 업무의 근본적인 디지털 전환 없이는 유의미한 혁신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정부혁신 종합추진계획'의 2019년 6대 역점과제를 보라. 정부운영 기반 혁신, 선제적 행정 서비스 제공, 시민참여를 통한 사회·지역문제 해결,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무는 협업 강화, 데이터 과학에 입각한 정책결정 시스템 등등... 어느 것 하나 디지털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이 어려운 것들뿐이다. 평면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정부혁신의 개별과제들이 씨줄이라면, 디지털 전환은 이를 수직으로 꿰뚫는 날줄이다. 씨줄과 날줄이 엮여 들어가야 튼튼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법이다.

부처 간에 높이 둘러쳐진 칸막이는 결코 공무원들의 선의로 없어지지 않는다. 현재는 부처별로, 업무 단위별로 개별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들은 시스템마다 별도의 ID로 개별 접속해야 한다. 개별 부처는 과도한 보안과 개인정보보호를 앞세워 행정정보의 공유를 기피한다. 국민은 동일한 정보를 부처마다 중복 제출해야 한다. 정부 웹사이트별로 상이한 디자인,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저급한 UI/UX, 복잡한 플러그인 및 보안 솔루션 설치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부처 간의 협업은 공무원들의 선의가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강제될 때 가능하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서로 다른 부처가 한 조직처럼 일하게 해야 한다. 이게 '디지털 단일정부'(One Gov) 구상이다. 국민이 한번만 정보를 제공하면(Only Once), 정부부처 간에 이를 공유해 맞춤형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 서비스별 중복 회원가입이나 반복적인 로그인을 최소화하고 편리한 본인인증 수단을 제공한다. 국민들은 하나의 ID, 한번의 로그인으로 모든 정부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디지털정부로의 전환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디지털 기술은 장식품이 아니다. 디지털 기술은 아날로그 질서와 기득권을 깨부수는 혁신의 무기이다. 그래서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될 때 기득권의 저항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이를 돌파하는 것이 정치적 리더십이다. IMF 경제위기 속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정보통신 분야를 국가발전과 경제성장의 핵심전략으로 삼았다. 행정의 효율성과 투명성, 국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전자정부 11대 과제를 추진했다. 노무현대통령도 전자정부 로드맵 31대 과제를 선정하여 강력히 추진했다.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그때 기본이 완성되었다. 김대중 대통령 시대로부터 20년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는 AI와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제는 전자정부를 디지털정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때다. 국가전략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greenmun21@ni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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