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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게임은 죄가 없다

발행일2019.06.06 15:00
Photo Image<김치용 동의대 게임애니메이션공학과 교수>

한류 문화 콘텐츠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으로 국경을 넘어 퍼져 가고 있는 한류 콘텐츠의 기세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국 아이돌 문화는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은 수준 높은 경쟁력으로 해외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다. 최근 칸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 우리 콘텐츠가 세계에서 인정하는 주류 문화 콘텐츠임을 확고히 했다.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 과몰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제표준질병분류 11판(ICD-11)에 게임 이용 장애를 신설하기로 했다.

게임은 여느 콘텐츠와 다르게 매우 독특한 구조로 돼 있다. 영화나 드라마처럼 시청자에게 일방으로 다가가는 단방향 콘텐츠가 아니라 이용자가 직접 콘텐츠에 관여하는 양방향 상호작용 콘텐츠다.

콘텐츠 이용자의 관여는 몰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요소로 인해 이용자는 성취감을 느끼고, 그 성취감 때문에 다시 게임을 하게 된다. 이것은 게임의 성공 요인이고, 지금도 수많은 게임 개발자가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밤잠을 설쳐 가며 고민을 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원인의 근본을 보자.

입시 위주 교육, 성과 중심 사회는 사람을 기계 부품처럼 취급한다. 성공한 경제인과 높은 사회 지위만을 인생의 최고 목표로 쳐 주는 세상이다. 학생은 그저 공부만 해야 하고, 직장인은 사회의 톱니바퀴처럼 밤낮없이 일하는 게 미덕처럼 여겨지고 있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다양한 여가 문화에 인색했다. 독립운동가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경제 부국보다 문화가 빛나는 나라가 되기를 원했다. 오늘날의 실상은 많은 돈을 들이는 고상한 취미생활만이 좋은 여가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건조한 일상에 활력소를 제공해 온 각종 문화 콘텐츠 장르는 늘 규제 대상이었다. 만화와 무협소설이 그랬다.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였다.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이번엔 게임이 그 대상이 됐다.

국내에서 그저 아이들 문화라고 폄해 오던 만화는 마블코믹스와 디즈니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로 떠올랐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손가락질 받던 게임은 이미 세계 디지털콘텐츠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직접 지원 및 육성하지 않고 자체 성장한 문화 콘텐츠로 게임, 만화, 아이돌 등 3개를 꼽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 산업은 현재 대한민국 콘텐츠 수출 비중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게임과몰입을 질병으로 보는 것은 관련 종사자들이 피땀 흘려 일궈 온 성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게임은 전 세계의 26억명 이상이 즐기는 주류 문화 산업이다. 이번 WHO의 권고는 인구 26억명을 잠재된 정신질환자로 낙인찍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 근거는 부족하고 충분한 연구도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질병 등재는 편협한 시각에서 나온 혼란스러운 결정이다.

게임이 산업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지 불과 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젊은 세대 중심으로 가장 유망하고, 도전해 보고 싶은 뜨거운 콘텐츠 산업이 됐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전체 수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 추세라면 게임 산업은 더 성장할 것이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한류 문화의 중심으로 전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다.

게임을 중독물질로 여기고 규제를 가하기 전에 수많은 청소년이 겪고 있는 각종 고통과 사회 문제부터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공론의 장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치용 한국멀티미디어학회장(동의대 게임애니메이션공학과 교수) kimchee@de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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