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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배터리와 일자리

발행일2019.06.0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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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국내 배터리 3사의 지난해 신규 수주액이 110조원을 넘어섰다는 본지 보도는 큰 충격을 일으켰다. 이 수치는 지난해 국내 조선업 수주액의 5배에 육박하는 규모여서 배터리 산업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또 이차전지가 신수출 성장 동력 품목에 포함되고, '제2의 반도체론'도 힘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 충격은 왜곡된 모양으로 변하기도 했다. 최근 '구미형 일자리' 이슈가 그렇다. 정부는 제2의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경북 구미 지역에 적용하기로 하고 투자 품목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낙점했다. 최근 배터리 업체들이 해외에 조 단위 투자를 속속 집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왕이면 이를 국내로 유치하면 좋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산 배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아무리 잘나가도 해외에서 생산된다면 국내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전기차 배터리는 수주 기반 산업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구매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면 공장을 건설할 이유도 없다. 현재 진행되는 조 단위 해외 투자도 모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받은 수주가 전제로 작용했다.

SK이노베이션이 초기 비용만 1조원 이상을 투자해서 건설하는 미국 배터리 공장은 조지아주로부터 약 34만평 부지를 거의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세제 혜택과 전기, 상하수도 등 인프라 지원도 이뤄진다. 인프라 혜택 파격이 전부는 아니다. 미국 시장에 판매할 전기차 배터리 수주가 이뤄진 순간부터 미국 투자라는 방향성은 정해져 있었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인근 공장 설립을 수주의 전제로 달고 있다.

구미시도 인프라, 보조금, 세제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내밀었지만 중요한 건 국내에 '시장'이 없다는 점이다. 이 같은 엇박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급격히 늘어난 전기차 배터리 수주와 생산량이 산업계 실적으로 집계될 수 있도록 새로운 통계가 필요하다.

일자리 로드맵도 중요하다. 국내 수주가 늘면 기업들도 고급 인재가 있고 관리가 용이한 국내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 도입이나 보조금 정책 고도화 같은 전기차 시장 활성화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전기차 시장 활성화와 대규모 전기차 공장 같은 국내 투자 유인을 마련하는 게 먼저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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