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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금융 고객 주소 의무화, 실효성 없다

발행일2019.06.03 15:43

만약 특정 규제안을 만든다면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해외 사례에서 우리가 활용할 부분을 찾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사례가 우리한테도 잘 맞아떨어지면 다행이지만 억지로 끼워 맞췄을 때는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한다.

정부가 자금세탁방지법 강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자금세탁방지(AML)제도는 국내외에서 행해지는 불법 자금 세탁을 적발하고 예방하기 위한 법제도 장치다. 핀테크 등 신기술을 활용해 불법 자금 유입의 가능성이 짙어져 이 분야에까지 AML 도입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런 추세로 금융정보분석원은 올해 초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해 전자금융사업자가 고객의 주민번호와 신분증 사본 수집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가 강력 반발했고, 완화된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초기 기획안부터 말이 무성하던 자금 세탁 방지 강화 가이드라인은 결국 완화된 형태에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완화된 형태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자금융업자와 대부업자 등은 거래 고객의 주소를 의무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주민증 수집은 없던 일로 됐지만 고객 확인과 검증을 위해 주소지를 의무적으로 수집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전자금융사업자는 주소지를 수집하고, 저장하지 않으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업계는 완화된 가이드라인이 황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소를 수집해도 실제 주소인지 검증할 방법이 없는 탓이다. 핀테크 사업자가 실제 주소지를 수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한다. 물품 배송지가 있는 사업자와 다르다는 의견이다. 친구나 옆집 주소를 넣어도 사실상 확인할 방법이 없다.

자금 세탁을 방지하겠다는 해당 기관의 의지에는 동감한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한다. 법이나 규제는 이를 따라가기조차 버겁다. 다른 나라가 도입했어도 우리 실정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각종 규제는 한 번 만들면 바꾸기가 어렵다. 좀 더 꼼꼼한 현장 점검과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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