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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가 만났습니다]권평오 KOTRA 사장 "고객의 눈으로 바라보면 혁신이 보인다"

발행일2019.05.30 16:00
Photo Image<권평오 KOTRA 사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고객의 눈높이와 요구에서 바라보면 KOTRA 혁신 방향이 보이고, 그 방향대로 실천하면 됩니다.”

권평오 KOTRA 사장은 작년 4월 2일 취임 일성으로 일자리 창출과 기관 혁신을 내걸었다. 무역진흥을 위해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뛰었던 'KOTRA다움'을 되찾아야 한다고 대대적 혁신을 선언했다.

지난 13개월 동안 권 사장은 세계를 돌면서 우리 기업의 새로운 수출기회 창출을 지원했다. 그동안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거리만 지구를 7.9바퀴 돌고도 남는다.

권 사장은 그동안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통해 기업들이 KOTRA에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2년여 임기 동안은 사업 혁신을 통해 KOTRA 고객이 그 효과를 향유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권 사장은 세계 시장에는 기회가 여전히 많다면서 새로운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를 방문하며 느낀 글로벌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이 궁금하다.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KOTRA 4대 정책 과제 중에 하나가 새로운 경제협력 기회 개발이다. 과거에 해왔던 대로 전통적 해외시장 개척방식으로는 그 효과에 한계가 오고 있다. 그 한계라는 것이 요구의 변화다. 왜 와서 물건만 파려 하느냐, 우리도 한국과 협력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메이드 바이 코리안 컴퍼니(Made by korean company)'가 아니라 '메이크 위드 어스(Make with us)'로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우디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향후 몇 년간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 조달해야 하는 원부자재 비율을 정해놨다. 또 자국인을 몇 명을 써야 한다고 요구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내에서 최대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라는 의미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도 같은 제도가 있다.

중동에는 자국민 우선 고용제도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다이제이션(Saudization), UAE의 에미리티제이션(Emiritization)이 그것이다. 이 배경에는 원유 고갈에 대비한 경제 다각화 노력이 깔려 있다. 옛날처럼 상품만 수출하겠다는 기업이나 국가에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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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사이트가 느껴진다.

▲올해 남미, 작년 아프리카를 가서 느낀 것이 있다. 세계 시장에는 아직 기회가 있다.

이미 진출한 국가도 품목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홀한 시장에 눈을 돌리면 유망 니치마켓이 있는 것을 봤다.

이전 세대들과는 달리, 최근에는 이런 시장을 찾으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 또 현실에 안주해 어렵거나 힘든데는 안 가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 이 두가지 요소를 감안해서 시장진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국무총리 남미 순방에 기업인들을 대거 동반했다. 콜롬비아에 21개, 에콰도르에 11개 업체가 같이 갔다.

콜롬비아에 같이 간 대구 소재 중소기업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 이 기업은 지난 2012년부터 콜롬비아에서 비정제 사탕수수당을 수입, 정제 후 국내 시장에 공급해왔다. 콜롬비아는 중동 산유국 사정과 비슷하다. 원유는 수출하지만 석유를 수입하는 것처럼, 콜롬비아는 사탕수수를 수출하는데 정제당은 수입한다. 정제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구의 이 업체가 콜롬비아에 5000만달러 규모 정제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발상의 전환이 만든 수출이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는 화훼산업이 유명하다. 우리나라도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 수천만달러 규모 카네이션을 항공편으로 수입한다. 이곳에 국내 중소기업이 800만달러 규모 스마트팜 설비 수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10개 업체 수출 계약이 1000만달러 규모나 됐다. 기술 수출 2건까지 포함하면 5200만달러 규모다.

-국무총리 방문에 맞춰 이뤄진 (사전 조율된) 실적 모으기식 성과 아닌가.

▲국빈 방문 영향도 컸겠지만, 해당 수출건들은 KOTRA의 지사화 사업으로 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경우다. KOTRA가 오랫동안 가교 역할을 해왔다.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가서 신뢰가 더욱 두터워지면서 계약 성사로 이어졌다.

작년 12월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3개국(알제리, 튀니지, 모로코)을 갔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아프리카의 무슬림 국가라 위험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무역사절단이 수년간 가지 않았던 지역이다. 그런데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는 사실상 유럽 문화권이다. 식민 지배라는 아픈 역사가 아프리카보다는 유럽쪽 국가의 성향을 갖게 했다. 모로코 정도의 국가에 우리가 2억5000만달러만 수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콜롬비아도 마찬가지다. 수출이 10억달러 정도다. 가보니 10억달러 수출에 그칠 시장이 아니었다. 노력하면 충분히 더 잘 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전 세계를 돌며,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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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의 역할을 제대로 짚으신 거 같다. 어떻게 하면 되나.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미개척 신시장에 대한 상품·서비스 수출은 KOTRA를 포함해 국가적 역량을 동원, 함께 뛰어주며 우리 기업이 관심을 갖도록 동기부여를 하면 된다.

문제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자국 산업보호나 발전을 위해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는 현상이다. 이런 국가에 갈 때는 똑똑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면서 새로운 계약이 맺어졌다. 현대자동차가 현지 유력 비즈니스 파트너와 계약을 맺어 연간 1만5000대 규모 현지 조립·생산공장을 설립한다.

현대차가 반조립제품생산(CKD) 및 부분조립생산(SKD) 방식으로 부품을 공급하고 현지에서 조립·생산한다. 우리는 완성차 수준 수출실적을 쌓고 카자흐스탄은 새로운 일자리와 기술습득이 가능하다. 당연히 현지 생산되는 자동차는 국민차가 되는 셈이다. 수요도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에콰도르에선 현지 유력기업이 기아 스포티지를 1년에 7000대 조립생산한다. 이번에 국무총리가 방문하면서 현대차의 해외 모델인 'i10'을 1년에 4000대 조립하는 공장 준공식을 했다. 2000대는 에콰도르에 팔고, 2000대는 무관세로 콜롬비아에 팔겠다고 한다. 에콰도르를 자동차 생산·수출국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지역·국가별 수출전략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기술 수출, 조인트벤처 설립, 인력양성 등 방법은 다양하다. 중소기업도 무조건 내 물건만 팔겠다고 고집해서는 안된다. 비즈니스 형태는 다양하다. 훨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부가가치 창출 전략이 존재한다.

변화되는 상황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과 현지여건에 맞는 효율적 진출방법이 병행돼야 한다.

KOTRA는 이런 방식을 '케이(K)-패키지'라고 이름 붙였다.

주재 지역의 특성과 그 나라 요구에 맞춘 상생형 진출 전략이다. K-팝, K-드라마에 맞춰서 케이패키지 전략으로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상생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 전략을 초안으로 만들어서 기업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같이 하고,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건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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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건의한 대표적인 것은 무엇인가.

▲지역별로 다르게 K-패키지를 만들었다. 기초가 됐던 것이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로 있으면서 만들었던 '한-사우디 비전 2030 협력 플랫폼'이다.

지난 수십년을 돌아볼 때 우리나라처럼 광범위한 제조기반을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선진국이 못 하는 것을 파고들 수 있다.

2년 반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로 근무했던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글로벌 감각을 갖추게 됐고 외교부와 긴밀한 네트워크도 형성했다. 각국에 있는 우리 대사관과의 협업도 상대적으로 쉬워졌다.

(KOTRA 사장인)지금은 해외에 나가면 어떻게 하면 수출을 늘릴지만 생각한다. 공무원 시절에는 국가 간 협력 등을 고민한다. 둘 다 해야하는 역할지만, 상황에 바라보는 관점은 달라진다.

-KOTRA에 파격적 혁신을 많이 도입했다. 대표적으로 해외무역관장 개방 같은 조치가 있다.

▲조직 혁신을 추구하면서 제일 강조한 것은 '고객 입장에서 KOTRA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식이었다. KOTRA가 바뀌어야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래서 현지 상황에 밝고, 비즈니스 감각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민간전문가에게 해외무역관장을 개방하기로 했다. 내 임기인 2021년까지 22곳을 단계적으로 개방할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 뽑힐 때까지 여러 번 공고를 내기도 한다.

내부에 더 좋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경쟁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우리 직원들이 지역전문성이 있는데 산업이나 품목 전문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단기간에 전문성을 키워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무역관장 외부 개방은 내부 조직원에게 산업 전문성을 키우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해외무역관 운영도 달라졌나.

▲현재 123개를 열린 무역관으로 운영한다. 어떤 곳은 거의 공유오피스처럼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하노이로 옮긴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가 대표적이다. 절반은 우리 기업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공유오피스처럼 운영한다.

스타트업이 현지에서 창업할 때 활용하라고 말한다. 이런 곳을 LA, 하노이, 다낭 등 5곳에 마련했다. 전화, 컴퓨터, 프린터 등도 모두 설치했다. 방콕 출장에서 만난 대구의 바이오기업 사장님이 잘 활용하시고 있었다. 그날 바이어와 100만달러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다른 무역관에서 이 분을 또 만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도 열린무역관을 혁신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Photo Image<대담=홍기범 경제금융증권부장>

-KOTRA가 어떤 조직이 되면 좋겠는가.

▲매달 혁신점검회의를 하고 있다. 회의에는 차장급 이하인 혁신주니어 보드 17명과 부장급 이상 간부급, 사내 혁신활동에 관심있는 자발적 참여자까지 해서 평균 50~60명이 참여한다.

회의는 뭘 했느냐고 채근하는 자리가 아니다. 우리가 해왔던 혁신이 더 좋은 서비스로 이어갈 것인가에 집중한다. 앞으로 KOTRA의 가야할 방향도 혁신의 성과를 기업과 향유하고, 더 좋은 사업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일의 목표를 (몇 시간 일했다는) 투입 중심이 아니라 그래서 어떤 성과를 냈느냐는 성과 지향으로 바꿔나가자고 말하고 있다. KOTRA가 국가경제에 얼마나 기여를 했느냐가 중요하지, 해외 전시회 몇 회를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KOTRA 동료들의 토론을 보면 잘 될 것 같다. 충분한 의지와 열정이 느껴진다. 앞으로는 상시적 사업제안을 받을 것이다. 2년 정도 지나면 확실히 좋아질 것이다.

○권평오 KOTRA 사장은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행정학 석사, 동국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27회로 1984년 공직에 입문했다.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을 시작으로 주 EC대표부 상무관, 산업자원부 무역진흥과장, 지식경제부 지역경제정책관, 대변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역임했다.

산업, 무역, 통상 분야를 두루 거친 폭 넓은 실무경험을 갖춘 전문가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 시절 유연한 상황판단과 탁월한 분석능력을 인정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등 재외공관 대사를 거치면서 국제 감각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31년간의 산업통산자원부 근무와 3번의 KOTRA 지원업무, 사우디 대사 역임 등 경험을 살려 단계별 혁신 전략을 수립, 임직원이 주축이 된 KOTRA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대담=홍기범 경제금융증권부장

정리=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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