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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반도체소자 원천기술개발사업 모델. <사진=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진행해온 '미래반도체소자 원천기술개발사업'이 학계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학계의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면서 인력과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국내 반도체 소자 연구 기반을 더욱 탄탄히 하는 산·학·연 간 교류를 더욱 확대해야한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한 '미래 반도체소자기술개발사업'으로 특허 출원 314건, 특허 등록 54건, 논문 683건(SCI급 655건) 등록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중 3건은 소자 기업으로 기술이전이 됐다.

인력 양성에도 큰 도움이 됐다. 현재는 이 사업으로 88개 과제 41개 대학, 8개 연구소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교수 203명, 학생연구원 1300명이 참여하는 등 석·박사 중심 고급 연구 인력이 1600명 이상 참여해왔다. 반도체협회 측은 “참여 연구원 중 338명은 기업 현장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래반도체 소자기술개발사업은 2013년 시작됐다. 소자 연구가 기업에만 치중돼 특허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이 다소 미진한 상황이라는 지적에서 고안된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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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정부 주도 연구 과제와 미래반도체소자 원천기술개발사업의 차이점. <사진=한국반도체산업협회>

이 사업은 학계를 중심으로 연구 개발 자금과 인력이 움직인다는 게 특징이다. 미국의 SRC(Semiconductor Research Corporation)라는 기관에서 운영하는 연구개발 지원 사업을 벤치마킹 했다.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IBM, 글로벌파운드리, 마이크론,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 15개 기업이 회원사로 있고, 76개 미국 대학을 포함 모두 104개 대학교의 연구 개발을 지원한다.

회원 기업과 정부는 연간 1억달러 이상을 학계 기술 연구 비용으로 내면서 연구 결과물을 별도 로열티 없이 사용한다. 이 사업으로 세계 반도체 관련 논문 중 약 20%가 만들어진다.

이 모델을 적용한 미래반도체 소자기술개발사업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정부 연구개발 과제의 수혜자였지만 국내 연구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와 손잡고 자발적으로 투자하는 후원자로 변모했다.

2017년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리콘마이터스, 실리콘웍스, 덕산하이메탈 등이 96억원으로 38개 과제를 지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투자기업과 대학의 밀착연구 진행으로 안정적인 고급연구인력 양성과 차세대 원천기술과 지재권 확보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이러한 연구 개발 지원 문화와 관련 사업이 학계에 더 깊게 뿌리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회사들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발굴하려면 연구계와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이번 사업으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산·학·연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문화가 형성됐다”며 “앞으로 소자 뿐 아니라 장비, 소재, 시스템반도체 업계로 확대돼야 하고 장기적으로 이 기조가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