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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대로 올라선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증가율이 1년 만에 다시 1%대로 주저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정부 예산(안)이 올해 대비 약 4000억원(1.9%) 늘어난 20조9000억원 규모로 우선 확정됐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500조원에 이르는 '슈퍼예산'으로 추진하지만 R&D 분야는 예외다. 과학기술계는 정부 예산 편성에서 미래 투자가 후순위로 밀리면서 투자 계획도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국가 R&D 예산 지출 한도를 20조9000억원으로 재조정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통보했다. 기재부는 이달 초 내년도 국가 R&D 예산 지출 한도를 19조7500억원으로 편성, 과기정통부에 전달했다. 이후 일몰 R&D 사업을 대체할 신규 사업을 선정, 추가 예산을 반영해 2차 지출 한도를 설정했다. 이는 올해 R&D 예산 20조5000억원 대비 1.9% 증가한 수준이다. 그 가운데 주요 R&D 예산은 16조7500억원으로 올해 대비 1.7% 늘었다.

내년도 R&D 예산은 지출 한도에서 큰 변동 없이 확정될 공산이 크다. 정부는 경제 활력 제고와 복지 분야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후 예산 편성 과정에서 R&D 예산 증액이 쉽지 않다.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주요 R&D 예산 심의 이후 기재부가 추가로 예산을 늘린 것을 두고 국회가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재조정 규모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도 R&D 예산은 올해 대비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4%대(2018년)로 오른 R&D 예산 증가율이 다시 1%대로 꺾인다.

R&D 예산 증가율은 2000년대 들어 10%대를 유지하다 2011년 10%선이 무너졌다. 2015년까지 매년 5~8%대를 오가다 2016년 '재정 지출 효율화' 기조와 함께 3년 연속 1%대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부가 혁신 성장을 기치로 내걸며 올해 증가율을 4.4%로 끌어올렸지만 실상은 문화·체육·관광(12.2%), 보건·복지·노동(11.3%), 교육(10.1%) 부문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12개 재정 분야 가운데 9위에 불과했다. 내년도 R&D 예산 증가율이 1%대로 떨어지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당초 정부의 R&D 투자 계획도 지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2018~2022년 국가재정운영계획에서 2020년도 국가 R&D 예산을 21조4370억원으로 잡았다.


과기계는 미래 투자 실기를 우려했다. 미래 성장 동력 발굴 투자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것이다. 과기계 관계자는 “예산 규모 증감 폭을 떠나 R&D 예산 편성에 대한 명확한 철학과 인식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증가율 또한 들쭉날쭉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기획한 투자 계획을 맞추지 못한 것은 R&D 예산이 다른 예산 대비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