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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독일에서 개최한 산업박람회 '하노버 메세'를 다녀왔다. 독일 '인더스트리 4.0'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하노버 산업박람회 방문은 2016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 5년 동안은 독일 인더스트리 4.0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우리나라에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관련 전문가와 함께 장기간 논의한 결과다.

제조 분야 발전은 독일 기준에 따르면 5단계로 분류된다. 0세대 가내수공업, 1세대 기계화, 2세대 대량생산, 3세대 자동화, 4세대 개인 맞춤형 제품의 효율 제조를 위한 네트워킹 기반 자율생산 분권화 체계 등 시장에는 다섯 가지 유형 모두가 공존할 것이다. 문제는 어느 유형의 시장에서 제품을 공급할 것인가이다.

독일이 새롭게 집중하는 것은 마지막 단계인 개인 맞춤형 제품을 고객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다. 인더스트리 4.0에서 추진하는 목표는 상당 기간 달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종주국인 독일에서도 개인 맞춤형 제품 제공은 2019년 현재 여전히 실험 중이다. 얼마나 많은 고객이 개인 맞춤형 제품을 원할 것인가와 어느 정도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즉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 맞춤형 제품 제공을 선도하는 아디다스도 아직은 제조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수요자 반응을 세심하게 시험하면서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4.0을 최초로 시작한 SmartFactorykl,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미텔슈탄트 4.0 역량센터, 아헨공대의 섬유기술연구소(ITA RWTH)가 매킨지와 함께 운영하는 디지털역량센터(DCC Aachen) 등에서 보여 주는 시나리오도 아직은 모두 가능한 미래 모습일 뿐이다.

소형 전기자동차를 제조하는 e.Go Mobile AG는 인간과 기계가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제조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4.0은 사이버물리시스템(CPS) 기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추구한다. 그러나 당분간 스마트 팩토리 4.0은 인간과 협력하며, 인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인간 중심으로 기계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품을 제조하는 페스토는 아예 한 공장 안에 0세대에서 4세대까지 제조 환경이 공존하는 가운데 테스팅과 실제 상황이 함께한다. 스마트 팩토리 구축 자체가 아니라 자사의 이익 증대가 주목적이다.

독일은 새롭게 제공할 제품과 그것을 통한 효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수단이 아니라 독일 제품의 경쟁력 확보라는 목적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은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추진한다. 개인 맞춤형 제품과 그러한 제품을 효율 제조하는 기계설비 두 시장 모두를 선도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서 새로운 유형의 스마트 팩토리 4.0 개발도 당연히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일은 협력 기반의 혁신 없이는 미래도 없다고 보는 듯하다. 우리가 배울 점은 목표를 정조준한 가운데 미래 시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협력이다.

제조 분야의 4차 산업혁명 대응에서 우리는 먼저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제조 기업에 스마트 팩토리 도입은 수단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 스마트 제조 혁신의 목표는 제조 중소·중견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중소·중견기업 제품의 수출 비중 확대여야 한다. 이를 위해 산·학·연 및 대·중소기업 협력 기반의 혁신 촉진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김은 한국ICT융합네트워크 상근부회장·스마트제조혁신포럼 사무총장 eunkim@kic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