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산업이 3년 사이 게임·정보통신기술(ICT) 제조 분야의 신규 투자 금액을 추월했다.

신규 투자 속도도 바이오·의료 산업 투자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 결제와 송금 등 전통 핀테크를 넘어 혁신 기술이 금융 서비스 효율화를 주도하는 '테크핀(TechFin)' 시장이 본격 개화했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금융 서비스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돼 핀테크 산업이 풀뿌리처럼 신사업으로 다변화되고, 금융 영역 간 산업 경계선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이원화돼 추진돼 온 핀테크가 하나의 산업군으로 응집하면서 전 세계에 대규모 투자가 몰리는 생태계가 조성됐다.

20일 금융위원회가 국내 최초로 발간한 '2019 한국 핀테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국내 핀테크 기업에서 총 1조9000억원에 이르는 신규 투자가 이뤄졌다.

최근 2~3년 들어서는 바이오·의료 분야에 버금갈 정도로 투자 규모가 확대되는 등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보고서는 금융위가 KPMG삼정회계법인과 함께 은행, 결제, 보험, 증권, 자산관리 등 금융권 각 분야에서 직면한 핀테크 혁신 동향을 처음 집계했다.

KPMG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의 핀테크 투자는 총 195건, 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1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 시작해 2015년 41건, 2016년에는 52건으로 투자가 급증했다.

투자 규모도 게임과 ICT 제조업을 넘어섰다. 핀테크 분야 투자는 2017년 총 3709억원의 신규 투자가 이뤄지는 등 가장 많은 액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ICT 제조업과 게임 산업 신규 투자는 각각 1566억원, 1269억원을 기록했다. 3788억원의 신규 투자가 발생한 의료·바이오 분야에 버금가는 규모다.

신설 핀테크 기업도 크게 증가했다. 2012년 76개사에 불과하던 핀테크 기업은 지난해 말 총 303개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정부 단위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이 본격화되던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신설 핀테크 기업이 74개사까지 증가했다.

김세호 KPMG삼정회계법인 이사는 “미국 주도의 핀테크 투자는 2015년부터 중국의 약진으로 지형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면서 “한국은 2016년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투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미국, 중국, 영국 등 3개국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핀테크 투자 1257억달러 가운데 주요 3개국의 핀테크 투자 규모는 82%에 이른다. 지난해 미국 508억달러, 중국 305억달러, 영국 223억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한국은 싱가포르, 일본, 호주, 홍콩 등과 2016년 이후 투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김 이사는 “최근 싱가포르, 인도, 브라질, 한국 등 새로운 강국 등장으로 미국 중심 구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면서 “특히 아시아 국가 성장세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위가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 대상으로 세미나를 실시하는 이유도 이처럼 변화하는 글로벌 핀테크 산업 환경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송현도 금융위 과장은 “그동안 각 분야에서 핀테크 혁신 시도가 이뤄졌지만 정확한 통계 자료는 산출이 어려웠다”면서 “앞으로 매년 분석을 통해 시계열로 시장 변화 추이를 살펴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