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을 거듭하던 국내 이차전지 소재 업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리튬이온 배터리 주요 원재료인 코발트 가격이 지난 1분기 바닥을 기록한데다 국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공급에 차질이 생긴 탓이다. 고객사와 제품 포트폴리오에 따라 업체별 희비도 엇갈렸다.

양극재 업체 엘앤에프는 올 1분기 매출 1223억원으로 작년 대비 28%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1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 업체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양극재가 주력 제품으로 코발트 가격 하락 영향 받은데다 LG화학 매출 비중이 높아 ESS 가동 중단에 따른 영향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코스모신소재도 1분기 매출 1040억원으로 작년 대비 14%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33%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코발트 함량이 높은 리튬코발트산화물(LCO) 양극재 비중이 높아 코발트 가격 하락 영향이 컸다. 다만 최근 전기차용 NCM 양극활물질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어 향후 매출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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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신소재 공장 전경 (사진=코스모신소재)

에코프로비엠은 1분기 매출 1807억원으로 작년 대비 59.3% 늘고 영업이익은 145억원으로 42.2%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주력인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과 NCM 양극재를 코발트 함량이 낮은 하이니켈계로 양산하는데다 전기차와 ESS에 비해 부침이 적은 전동공구향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극재와 음극재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포스코케미칼 매출은 3553억원으로 작년 대비 5.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19억원으로 4.9% 감소했다. 전사 매출에서 배터리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0% 이하 수준이지만 매분기 꾸준히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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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비엠 본사(CAM 4) 전경. (사진=에코프로비엠)

이차전지 소재 업계 매출 감소는 코발트 가격 하락 영향이 크다. 대부분 소재 업체가 원자재 가격에 마진을 덧붙이는 구조로 공급 계약을 맺기 때문에 원재료 시세가 내리면 매출 외형이 줄어든다.

코발트 가격은 지난해 3월 톤당 9만5000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해 올해 1분기 2만달러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다만 2분기 들어 3만4000달러대를 유지하며 안정화되고 있어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ESS 화재와 가동 중단 여파도 작용했다. 일부 업체는 ESS용 양극재 신제품 출시가 연기되고 제품 출하와 가동률이 하락하기도 했다.

1분기 부침을 겪긴 했지만 전방 산업계인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요 확대에 대응해 각 소재 업체도 생산능력을 증설하고 있다.


오강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양극재 업체 매출의 80% 이상은 국내 배터리 업체로 중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 “코발트 가격 톤당 3만달러대 유지로 영향이 제한적이며 하반기 증설과 납품 확대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