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공공부문 국산 네트워크 장비 도입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네트워크 장비는 글로벌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국내업체 기술 개발과 정부 지원이 맞물려 국산 장비 경쟁력이 높아졌고, 공공기관에서 국산 비중이 늘고 있다.

전문가는 5세대(5G) 이동통신, 4차 산업혁명 등 네트워크 장비 중흥기를 맞아 국산 장비 활성화를 위해 일관되고 장기적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공부문, 잇따라 국산 네트워크 장비 도입

공공부문은 '국산 네트워크 장비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철저하게 외산이 장악한 시장이었다. 그러나 대형 입찰에서 국내 업체가 승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017년에는 한국공항공사를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 해군군수사령부, 부천도시공사가 국산 네트워크 장비를 구매했다.

지난해에도 한국공항공사와 철도공사, 철도시설공단, 대구도시철도공사, 부산교통공사가 국산 장비를 선택했다.

올해에도 철도시설공단이 1분기 약 80억원 규모 국산 네트워크 장비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철도 시설은 국산화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장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송장비'도 매년 국산 계약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에 90억원, 2018년 93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에는 현재 계약 금액만 101억원이다.

과기정통부가 조사한 국내 네트워크 장비제조사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산 장비가 공공시장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늘고 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국산 장비 공공시장 전체 매출은 1280억, 1390억, 2900억으로 점점 늘었다. 시장 비중 또한 23.2%, 32.3%, 32.6%로 커졌다.

실제 수요도 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올해 공공부문 네트워크 장비 수요는 지난해보다 30.8% 증가한 2223억원으로 나타났다.

◇정부 노력 뒷받침···업체는 기술력 높이기 집중

과거에는 국산 네트워크 장비 기술력이 외산보다 낮은 게 걸림돌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공부문은 호환성·안정성 등을 이유로 외산 장비를 선호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국산 장비가 진입할 수 없도록 기능·용량 등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이른바 '오버스펙'을 제시하는 등 국산 장비 진입을 원천봉쇄했다. 특정 외산 장비만 충족할 수 있는 스펙을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와 정부는 이 같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0년 8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IT 네트워크장비산업 발전전략'을 내놓은 게 출발점이다.

2014년부터 매년 공공부문 ICT장비 보유현황과 구매 계획 등을 조사·발표하고 있다. 공공부문 수요 예측이 가능했다.

일부 장비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고 입찰제안서 오버스펙 문제 해결에도 착수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한국네트워크산업협회(KANI)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장비 규모 산정 표준을 만들었다. 표준은 장비 규모 산정 개념을 정의하고 객관화된 적정 규모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일부 기관에서 장비 사용률에 비해 오버스펙을 요구하거나 과잉투자를 하던 관행이 사라지고 국내 기업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오버스펙과 과잉투자는 대용량 장비를 개발하는 외산 업체에 유리한 관행으로 지적됐다.

국산 장비업체는 기술력을 높이는 데 전력투구했다.

장비업체 관계자는 “수요처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최적화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 장점인 유지보수 관련 서비스 수준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국산 장비 도입 늘려야”

공공부문 네트워크 장비 국산화율을 일시에 높이기 어려운 이유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산을 배제하거나 공개적으로 국산만 강요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정책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일관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 충북대 교수는 “조달청에서 중소기업품목으로 지정된 것은 확실히 보장해줘야 한다”며 “공공부문은 저렴한 가격만 중요한 게 아닌 만큼 저가 입찰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비 업계 스스로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정부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중소 제조업체간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주요 기술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 지원을 해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팀을 이뤄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해외 대형 장비에 대응해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장비 업계는 국내 기업이 보다 많은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비 업계 임원은 “올해도 국가융합망, 한국전력 등 새로운 공공부문 입찰이 있는 만큼 국산화 사례가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며 “도전적인 정책과 제도 발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산 장비 비중이 과거보다 늘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중소기업들은 해외 장비에 밀리는 사례가 많다고 호소한다”며 “공공부문에서 국내 중소업체 통신장비를 선도적으로 도입해 우리나라 통신장비 산업 활성화를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