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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때면 국회의원이 장관을 불러 호되게 질책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장관과 부처는 열심히 준비한 정책도 지적 당하기 일쑤고, 할 일을 안 했다면 속된 말로 '박살'이 난다. 국회는 그런 곳이다. 정부가 한 일만 살피는 게 아니라 안 한 일도 감시한다. 유료방송 사후 규제와 관련해 정부가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옛 미래창조과학부는 2016년 말 유료방송 산업도 발전시키고 방송 공공성도 강화할 묘안을 담은 80쪽짜리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회 통과 없이 정부 일방으로 결정할 수 있는 정책은 하나도 없었다. 다른 분야도 아니고 방송이다. 국회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야다. 일을 하지 않은 건 국회다. 통합방송법, 합산규제 일몰 등 유료방송 발전 방안을 논의할 많은 기회를 허비했다. 2년 반을 허송세월했다.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가 국회에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군색한 변명을 한다. 무책임하다. 정부는 엄연히 방안을 내놓고 국회의 논의를 기다렸다. 그런데 논의를 하지 않았으니 분명 국회 잘못이다.


정부가 국회에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유료방송 산업이 쓰러져 가는데 뭐 하느냐고, 방송 공공성이 무너지는데 왜 일을 하지 않느냐고 정부를 다그쳐야 하는 게 국회다. 지난날 700㎒ 주파수를 지상파에 분배하기 위해 규정도 모호한 '주파수정책소위원회'까지 구성해 가며 열띤 토론을 한 게 국회다. 유료방송은 지상파에서나 중요할 뿐 국회가 관심을 써야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안인가?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