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신소재인 '산화갈륨(Ga₂O₃)'을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 전압인 2300볼트(V)를 견디는 전력반도체를 개발했다. 외산에 비해 500V 높은 전압을 견딜 수 있어 고전압 전자제품이나 전력모듈에 내장하면 장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은 고전압·고전력 이용환경을 잘 견디는 전력 반도체 트랜지스터 '모스펫(MOSFET)'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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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가 개발한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모스펫(MOSFET)

전기기기는 전력 소모가 클수록 고전압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전력변환 과정에서 발열과 에너지 낭비가 생긴다. 변환 효율이 좋은 소재를 쓰면 이를 줄일 수 있고 고전압을 받아들이는 것도 가능하다.

소자 '밴드갭'이 핵심 변수다. 밴드갭은 전자가 차 있는 에너지와 전자가 없는 에너지 사이 간격을 뜻한다. 낮은 전압에서는 전류가 밴드갭에 막혀 부도체 성질을 유지하지만 전압이 밴드갭을 넘으면 도체가 된다. 도체·반도체를 가르는 '장벽' 역할을 해 반도체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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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펫 온-웨이퍼 측정 모습

적절한 밴드갭을 형성하는 것이 어렵다. 밴드갭이 좁으면 고전압을 받아들일 수 없고 심한 경우 소자가 타버린다. 그렇다고 밴드갭을 너무 넓히면 장벽 때문에 전기전도도가 떨어진다.

ETRI는 Ga₂O₃을 활용해 고전압을 받아들이고 전류도 잘 흐르도록 했다. 기존 반도체 소재보다 밴드갭이 넓은 Ga₂O₃을 썼고 여기에 자체 최적화 기법을 적용했다. 채널과 전극 디자인, 공정·소자구조 설계를 최적화 했다. 또 반절연체 기판을 사용했다.

ETRI는 이 결과로 기존 미국 버팔로대가 만든 것보다 전압 수준을 최소 25% 이상 높인 2320V 전력반도체 소자기술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동작 저항이은 50%나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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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펫을 개발한 ETRI 연구진 모습 사진 왼쪽부터 장우진 박사, 문재경 박사

개발에 성공한 반도체 소자 크기는 가로 0.2㎜, 세로 0.4㎜ 수준으로, 패키징 표준크기는 가로·세로 1.5㎝ 내외다. 현재 상용제품보다 30~50% 더 작게 칩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설비나 태양광·풍력발전, 신재생 에너지 산업, 전기·수소·자율주행차, 각종 가전제품 산업에 쓸 수 있다.


문재경 ETRI RF/전력부품연구그룹 박사는 “세계 최초 Ga₂O₃ 전력 반도체 상용화가 목표”라며 “대면적 소자 기술 개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