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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질병인가?]<9> 새로운 공간·캐릭터 창조…新경험으로 예술가치 선사

발행일2019.05.13 15:39
Photo Image<(출처: 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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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장애' 질병분류에 관한 찬반양론이 부딪치면서 '게임에 과연 가치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이 다시 나온다. 부정적으로 보는 집단은 단순 소비재, 오락거리로 게임을 판단한다. 이에 반대하는 집단은 게임이 예술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예술과 게임 모두 전문지식을 갖추고 깊게 고민해본 시도 자체가 드물어서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국내에서 게임은 예술이 아니다. '게임물'로 별도 관리된다. 법적으로 정의된 문화예술은 문학, 미술,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 국악, 사진, 건축, 어문, 출판, 만화뿐이다.

예술에 포함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영상,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가 융합된 종합예술로 보고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같은 내용을 19대 국회에서 김광진 의원이 발의한 바 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예술 정의는 내리는 사람마다 다르다. 작가에게 예술이 뭐냐고 물어보면 문장으로 감동을 주는 기술이라고 말한다. 음악가에게 물어보면 소리, 건축가는 공간과 편의성, 디자이너는 유용하면서도 심미적인 만족이라고 답한다. 회화 내에서조차 원근법, 색상, 조형성, 사물에 대한 개념, 현실 부조리 등 다양한 예술 기준이 제시된다.

광의적으로 해석해 '심미적으로 만족을 주거나 개인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즐길 거리'라고 정의한다면 게임은 예술 범주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게임 예술 편입을 반대하는 사람은 상업성을 문제 삼는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산업에서 예술가 의지대로 작품을 제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검증된 재미를 보장하는 획일화된 문법과 지식재산권(IP) 재활용이 대세가 된 것이 증거다. 재미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빠졌는데 예술로 분류할 수 있느냐고 지적한다. 예술성을 염두에 두고 마음대로 제작하는 게임은 극소수 인디게임밖에 없다. 그나마도 완성도가 처참해 외면받기 일쑤다.

게임이 영화 하위매체로 취급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가 예술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예술로서 영화를 소비할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칸 영화제'와 예술 영화 잡지 '카예 뒤 시네마'는 그런 필요성에서 만들어졌다. 게임은 예술로 소비하려는 이용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예술로 생산하는 생산자도 없고 소비자도 없어 게임은 예술을 항상 유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상업상품은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를 다루는 것보다 관심을 끄는 데 집중한다는 분석도 있다. 철저하게 말초적이고 감각적인 가치에만 집중하기에 예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화가 카라바조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가 그린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자르는 유디트'를 예로 든다. 이 회화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다. 그럼에도 카라바조는 바로크시대 주요 작가로 이름을 남겼고 아르테미시아는 여성 욕망을 회화를 통해 투영해 미술사에 이름을 올렸다. 말초 감각과 상관없이 작품과 연관 지어 의미, 가치를 어떻게 부여했는지에 따라 예술로 판단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목표와 경쟁이 있는 게임 메커니즘 때문에 예술이 아니라는 관점도 있다.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무사심(disinterestedness)하게 볼 수 없게 한다는 것이 근거다. 철학자 칸트 말을 빌려 미적 판단은 정치나 경제 등 다른 어떤 요소에 종속되지 않는 자율적인 존재이므로 외적동기가 풍부한 게임은 범주에 들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에 애런스머츠 위스콘신대 교수는 역사적, 미학적, 관습적, 상징적, 표현적 예술 이론에 기반해 일부 게임은 예술로 분류될 이유가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스머츠는 다이빙, 피겨스케이트 등 예술적 성취를 위한 경쟁 종목이 존재하므로 목표와 경쟁 때문에 예술로부터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영화적 연출로 유명한 코지마 히데오 게임 감독은 이버트 견해에 동의하며 게임이 굳이 예술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코지마는 “예술은 100명 중 1명에게만 감명을 줘도 가치를 인정받지만 게임은 100명 모두 만족하게 하려는 일종의 서비스와 같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가 특정장르 게임만을 만들기 때문에 향유 계층이 협소하다는 한계는 최근 들어 힘을 얻는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시도를 계속한다는 예술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해 못 할 현대미술이 예술로 가치를 가지는 것은 현재 시도가 후대에 대중예술이나 상업예술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혁신 없는 상업예술 표방은 한때 유행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을 예술이라고 하는 쪽은 게임이 현재 예술로 인정받는 장르 대부분을 품고서 진화했기에 예술이라고 말한다.

이용자에게 이야기를 주입하는 영화 서사 방식에서 나아갔다는 점에 주목한다. 게임 스토리텔링은 매체 자체를 통한 이야기 전달방식으로 진화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각종 상황을 통해 자연스레 이야기 흐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1998년 '하프라이프'가 효시다. 개발사 밸브는 하프라이프를 통해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ESD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저니' '페이블' '바이오쇼크' '데이어스 엑스' 등이 전에 없던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예술평론가 관심을 받았다.

영화와 달리 게임은 이용자가 직접 캐릭터가 돼 판단하고 결정한다. 결정에 따라 게임 결말이 달라지기도 한다. 수동적 시청자입장에서 적극적 행위자로 성격이 변화한다. 게임 속 캐릭터에 쉽게 동화되고 감정이입이 극대화된다.

루이스 캐슬 웨스트우드 공동설립자는 “정말 좋은 예술은 관객을 예술 속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소비자는 예술 참여자로서 게임을 통해 훌륭한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호작용성은 게임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게임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경험과 상호작용 요소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게임세계를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처럼 꾸며 다양하고 주체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 과정에서 이용자만의 이야기가 생긴다.

'울티마6' '프레이'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 '시스템쇼크' 등이 대표작이다. 시스템을 먼저 깔아두고 플레이어가 도구를 이용해 시스템과 상호작용한다. 개발자도 생각하지 못한 창발적 플레이들이 수도 없이 나온다. '둠'이나 '포탈2'는 사운드트랙에서도 이용자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같은 음악의 다른 부분이 연주되게 만들어 상호작용성을 부각했다.

울티마6를 디자인한 워런 스펙터는 “게임은 이용자가 플레이하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전에 없던 새로운 예술 형식을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디어학자 이언 보고스트는 게임에 나타난 수사학적 방법론을 통해 다매체적 수사학 가능성과 문학 연구 연계성을 검토했다. 그 결과 언어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바탕으로 의미를 생성해 낸다는 것을 밝혀내 기존 예술과 연관성을 확인했다.

세계는 게임을 예술 분야로 인정하는 추세다. 2006년 프랑스는 게임을 예술 표현 양식으로 공식화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1년 게임을 소설이나 영화, 연극과 같은 예술로 인정했다. 미국국립예술기금(NEA)은 게임에 예술 프로젝트 보조금을 지원한다. 일본 역시 문화예술진흥기본법에서 게임을 문화예술로 명시해 국가적 차원 진흥을 받고 있다.

색다른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는 시도로 접근한다. 1989년 뉴욕동영상 박물관을 시작으로 게임을 수집품에 포함하거나 게임을 주제로 한 전시회가 개최되고 있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미국 디자인 유산으로 게임을 전시했다. 뉴욕현대미술관은 게임 조작 참신성, 프로그램 코드가 가진 우아함을 평가해 큐레이팅했다.

이미 미디어아트에서는 게임기기를 사용하거나 '심즈' '월드오브워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매개로 작품을 제작하는 사례가 흔하다. 예술가가 만든 게임도 있다. 2006년 미디어 예술가 부부 오리아 하비와 미카엘 사밈은 게임으로 예술을 풀어보려는 '엔드레스 포레스트'를 개발했다. 영화와 문학이 갖고 있는 예술 표현 경계에 게임이 설 수 있도록 공간과 캐릭터를 창조했다. 프랑스 예술가 발타자르 오시트르는 오큘러스 리프트를 이용한 가상현실(VR) 작품을 만들었다. 가상과 현실 경계를 허물고 현실에 있는 자아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도구로 사용했다.

국내에도 게임을 예술로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넥슨이 기획한 '보더리스'나 엔씨소프트가 바츠해방 전쟁을 주제로 연 전시회가 운영됐다. '넥스트 레벨 오브 아트:게임' 전시회에서는 프로그래밍 코드로 예술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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