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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당근과 채찍 불균형…중·저신용자는 어디로

발행일2019.05.1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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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채찍'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현재 규제는 정작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하위 등급 신용자를 불법 사금융으로 내모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입니다.”

최근 저축은행 관계자가 한 말이다. 강화 일변도의 제2금융권 규제로 이 같은 볼멘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이용자가 정작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사이드 이펙트'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2금융권 이용자는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된 신용 4~7등급이 대다수다. 은행이 주는 메리트가 크다는 건 알지만 이용하기는 어려운 등급이다. 3월 기준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평균 금리만 해도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긴 쉽지 않다. 일정한 소득과 명확한 근무처가 있어야 하고, 기존 대출이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도 안 된다. 제2금융권이나 사금융에서 돈을 빌려서도 안 된다. 이런 조건을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하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사람에게 제2금융권은 그나마 합법 안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다. 과도한 이자나 추심도 없다. 이른바 돈을 빌릴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그러나 최후의 보루를 막는 장벽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금융 당국이 잇달아 규제 목소리를 높이면서 심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저축은행은 연체율 낮은 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을 늘리거나 기업 대출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정하면 따라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기준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때문에 기존에 저축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한 신용 계층이 대거 거절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서민들의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한 금융 당국의 의지를 나무랄 수는 없다. 나눠 갚는 대출 관행도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채찍질만 가한다고 말이 빨리 달리는 것은 아니다. 고통만 커질 뿐이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조화롭게 다루면서 이들이 서민 금융의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중·저신용자는 제도권 밖으로 내몰리게 된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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